제주 제2공항 추진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격화하고 있다. 도민 여론조사에서 반대 의견이 우세하게 나타나고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가 최종 반려되면서 폐기 수순을 밟는 듯 했던 제2공항 문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지역 최대 이슈로 재점화하고 있다.
5일 제주도내 1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성명을 내고 “국토부가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 가능성 검토 연구 용역’을 발주함으로써 70만 제주도민의 민의와 환경부의 최종 반려 결정을 아무 것도 아닌 휴지 조각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토부는 제주를 찬반 생존 게임으로 몰아넣는 오징어 게임을 중단하라”고 날을 세웠다.
같은 날 성산읍 81개 단체로 구성된 제2공항비상대책위원회는 지역 일간지에 제2공항 건설을 촉구하는 내용의 광고를 게재했다.
이들은 “성산읍 주민들은 지난 6년간 재산권을 침해당하면서도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제약을 참아왔다”며 “국토부는 당초 타당성 조사에서 최적지로 결정된 서귀포시 성산읍에 제2공항을 추진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제주 제2공항은 애초 2025년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에 545만㎡ 규모로 개항할 예정이었다.
당시 제주도는 입도관광객 1500만명 시대를 앞두고 공항 인프라를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이 한창 커지고 있었다.
2018년 제주신화월드 오수 역류 사태로 환경 수용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제2공항은 개발과 보전의 가치 대립으로 이어졌다.
급기야 국토부는 갈등 봉합을 위해 도민 여론조사를 실시하면 결과를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안을 냈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공동으로 도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도민 전체 응답에서 ‘반대’ 의견이 2.9%p(한국갤럽)와 7.7%p(엠브레인퍼블릭) 높게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월 환경부가 국토부가 제출한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최종 ‘반려’ 결정을 하면서 제2공항 건설사업은 무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환경부 발표 이후 제주지역 국회의원 3인이 기존 공항 확충을 포함한 제3의 부지를 거론하기 시작했고, 대선 경선을 앞두고 후보들이 제주 주요 공약으로 제2공항을 언급하면서 공항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불 붙기 시작했다.
여론조사 발표 이후 한동안 뜸했던 찬반 단체들의 성명이 잇따르고 대선 후보들이 제주를 찾을 때마다 찬반 단체들이 운집해 의견서를 전달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러 제2공항 단체 관계자들은 5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내년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이 제2공항을 표를 가를 핵심 공약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후보를 찾아 적극 지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토부는 지난달 30일 조달청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을 통해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가능성 검토연구 용역’ 입찰을 공고했다.
이번 용역은 환경부가 지난 7월 반려한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보완해 절차를 재개할 수 있을지 검토하기 위한 것이다.
용역 기간이 7개월로 제시되면서 제주 제2공항 문제는 차기 정권에서 결정하게 됐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