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이 5일 해운 공동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 적용을 배제한다는 해운법 개정안과 관련해 “공정위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해운사를 봐주자는 것이 아니라 더욱 엄하게 관리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해운법 개정안은 해운 선사들이 잘못한 것이 있다면 해운법에 따라 처리하자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5월 해운사 23곳에 심사보고서를 보냈다. 국내 해운사 12곳과 해외 해운사 11곳이 지난 2003년부터 2018년까지 16년 동안 한국과 동남아시아 노선 운송료를 담합했다는 혐의다. 전체 과징금 규모는 최대 8000억원으로 구체적 제재 수위는 전원회의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이 예고된 지난달 29일 국회 농해수위 소위원회는 해운 공동행위 허용을 소급 적용하는 내용의 해운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해운법 개정안은 해운사의 공동행위에 대한 규제 권한을 해수부가 갖고, 공정거래법 적용을 배제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해운업계의 담합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법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문 장관은 일단 해운업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장관은 “해운 공동행위에 대한 법적 근거는 1978년부터 마련돼 공동행위 규제에서 계속 제외돼 온 게 사실이고 타 산업과 차별성이 인정됐다”며 “일본이나 싱가포르 등 주요 해운국가들은 다 하고 있는 독점금지법 적용을 예외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정위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해운사를 봐주자는 것이 아니라 더욱 엄하게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화주 보호가 어렵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최근 코로나19와 맞물려 공급이 부족하니 화주가 수출입 물류에 애로를 겪고 있지만, 역사를 보면 특히 공정위가 문제 삼는 지난 15년간은 (화주가)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었다”며 “만약 정말 문제가 된다면 지금 항의가 컸을 텐데 오히려 화주 쪽에서 (해운법 지지) 성명서를 냈다”고 선을 그었다.
간담회가 끝난 뒤 엄기두 해수부 차관도 추가 설명을 이어갔다. 엄 차관은 “협의한 것 자체를 다 담합했다고 하면 해운업종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며 “특정 기업이 아닌 해운업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것은 해운업 특성에 대한 이해를 못 하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엄 차관은 “해수부가 전혀 해운사를 봐줄 이유가 없다”며 “담합문제를 철저히 대응한다는 차원에서 해운법 개정안에 과징금 규모를 1억에서 10억으로 10배 올렸다. 어떤 상황에서는 공정위가 부과하는 것(매출액 기준)보다 더 많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