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경기가 코로나19 리스크를 조금씩 회복하며 글로벌 건설기계 시장이 호황을 맞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회복이 더딘 남미, 동남아시아 등 신흥시장과 북미를 중심으로 가파른 증가세가 나타나며 건설기계 시장의 성장을 이끌 것이란 관측이다.
5일 영국 건설기계 전문 리서치기관인 오프하이웨이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에서 판매될 건설장비는 113만3706대로 추정된다. 이는 판매량 집계를 시작한 2002년 이래 최대치다. 특히 2018년에 전년보다 24% 늘어난 110만대를 판매하며 껑충 뛰어올랐던 판매량이 3년간 횡보하다가 증가한 것이어서 눈에 띈다. 오프하이웨이리서치는 각국의 시설 투자 증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 20년래 최고 호황을 이끌고 있으며, 이 같은 추세는 2025년까지 이어질 것이라 분석했다.
글로벌 건설기계 시장이 커지면서 국내 1, 2위 건설장비업체인 현대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건설기계의 주력상품인 굴착기·대형 휠로더 시장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올해 전 세계 굴착기·대형 휠로더의 예상 판매량은 87만9803대로 작년(84만5723대)을 넘어서며, 건설장비 판매량 가운데 굴착기와 대형 휠로더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2년 52%에서 올해 78%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진 중국이 전체 건설기계 시장의 성장세를 이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2002년 대비 올해 글로벌 건설장비 판매량이 230% 성장하는 동안 중국은 501%의 성장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는 중국의 가파른 성장세가 작년을 정점으로 내리막을 걸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경제 성장률과 ‘올림픽 특수’가 곧 끝날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중국 시장은 한동안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오프하이웨이리서치 역시 중국의 건설장비 판매량이 2020년 대비 2025년엔 20% 감소할 것이라 예측했다.
반면 같은 기간 북미 지역과 신흥시장은 20%에 육박하는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 지역은 2020년 16만4670대였던 판매량이 2025년(추정치)엔 19만3780대로 18% 늘어나고, 신흥시장은 27만1956대에서 31만7055대로 17% 성장하며 중국의 판매량을 넘보게 될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은 이 같은 관측을 토대로 지역별 전략을 구상해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북미 시장에서 존재감이 큰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고객 수요에 맞춘 미니 굴착기 라인업 구축 및 판매채널 확대에 주력한다. 특히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북미 지역 채널 및 영업 확대를 위한 딜러망 확장에 투자할 예정이다. 2007년 인도에 법인과 생산 공장을 설립하며 일찌감치 신흥시장에 진출한 현대건설기계는 아프리카와 중동, 동남아 시장 선점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8월엔 한국조선해양으로부터 브라질 해외법인 지분 100%를 인수하며 중남미 지역 시장 확대를 추진 중이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