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이 불공정 행위로 100억원대의 손실을 입힌 중소기업과의 상생 기회를 또 한번 놓쳤다. 롯데쇼핑은 이 중소기업과의 민사 조정에서 합의에 실패했다.
5일 ㈜신화와 롯데쇼핑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서울중앙법원 민사31부 심리로 열린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두 회사의 조정이 이뤄지지 못했다.
롯데쇼핑측은 이날 “지금 행정소송의 상고심이 진행 중이니 대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준의 금액으로 조정을 할 수가 없다. 다만 도의적인 금액으로 조정하는 것은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가 “㈜신화가 어려우니 일부라도 지급하고 재판을 진행하자”고 요청하였으나 롯데는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금액의 괴리감이 너무 커 조정을 결렬된 것으로 처리하고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신화 윤형철 대표는 “이번엔 마무리될 것이라고 크게 기대했다”며 “그러나 또 당했다. 배신감을 느낀다. 언론에는 조정에 성실히 응한다고 이야기해 놓고, 뒤에서 본색을 드러냈다”고 분개했다. 윤 대표는 “몇년 전 공정거래조정원에서도 어떻게든 회사의 법정관리를 피하려고 3번이나 양보했는데 롯데가 또 거부했다”며 “협력업체를 이렇게 고사시키는 롯데가 무슨 ESG경영을 선포하느냐고 묻고 싶다”고 비난했다.
특히 롯데쇼핑은 이번 ‘조정’에 성실히 임하고 사건을 종결하겠다고 밝혔으나 며칠새 이를 번복해 꼼수를 썼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롯데쇼핑측은 최근 국회에서 이번 사건의 해결을 위해 신동빈 회장의 국감 증인 신청을 잇따라 추진하자 각 의원실을 방문, “이번에 사건을 종결짓겠다. 조정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확약서까지 쓰고 신 회장의 국감 출석을 미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김경만 의원실 관계자는 이날 전화 인터뷰에서 “오늘 결과가 대단히 실망스럽다. 내일중 롯데 관계자와 면담을 하기로 했다”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신회장의) 증인 신청을 일단 철회했는데, 필요하다면 신회장의 증인 신청을 추가로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당 민형배 의원실 관계자도 “상황을 정확히 알아본 뒤 필요한 조치를 적극 취하겠다”고 밝혔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전화 인터뷰에서 “오늘 조정 절차에 양사가 모두 성실히 임하였으나 입장 차이가 커서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앞으로 진행될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전북 완주에 있는 육가공업체 ㈜신화는 2012년 롯데마트와 거래를 시작한 뒤 롯데의 갑질로 인해 3년반동안 모두 109억원의 손실을 본 뒤 롯데쇼핑과 소송중이다.
한때 연매출 650억원, 종업원 146명의 유망기업이었던 ㈜신화는 롯데의 ‘단가 후려치기’ ‘물류비 전가’ ‘판촉비용 전가’ 등으로 해마다 적자가 누적돼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후 윤형철(47) 대표는 거대 기업에 맞서 7년째 처절한 투쟁을 해 왔다.
특히 롯데는 ‘삽겹살 데이’라고 이름 붙은 3월3일에 할인행사를 하며 ㎏당 1만 5000원 하던 삼겹살을 9100원에 납품하도록 압박하는 등 불공정 행위를 해, 이 사건은 ‘삽겹살 사건’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2015년 8월 경영 압박에 시달리던 윤 대표의 고소로 2019년 11월 20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롯데쇼핑에 ‘408억 2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롯데가 낸 과징금은 모두 국고에 귀속되고 윤 대표에게 돌아온 것은 공익제보자에게 주어지는 포상금 1억원이 전부였다.
결국 윤 대표는 공정위 결정을 바탕으로 롯데쇼핑측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하지만 롯데는 공정위의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으로 다시 맞서 있다.
현재 신화는 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그동안 매출액은 10년 전의 4분의 1인 160억원대로 떨어졌고 직원 또한 18명으로 급감했다.
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