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국정감사에서 경찰이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관련 자료를 지난 4월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입수하고도 지난달 언론 보도가 나올 때까지 늑장 수사를 했다는 질타가 이어지자 김창룡 경찰청장이 “경찰의 초기 판단이 잘못됐다”고 고개를 숙였다. 같은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는 검찰과 합동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요구에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5일 경찰청 국감에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관련한 수상한 자금 흐름에 대한 정보를 FIU로부터 입수하고도 경찰 수사가 지지부진했다는 점을 집중 추궁했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은 “경찰이 지난 4월 사태를 인지한 시점에 수사를 바로 시작했다면 검찰보다 빨랐을 텐데 먼저 정보를 입수하고도 5개월간 진척이 없다”며 “지난달 사건이 언론에 부각된 이후에도 경기남부청으로 사건을 배당하고 전담팀을 꾸리는 등 변죽만 울릴 뿐 수사는 진전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FIU로부터 받은 자료를 검토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며 “철저하게 수사하겠다”고 답했다.
질타가 계속되자 김 청장은 “초기 판단이 잘못된 점에 대해 정말 드릴 말이 없다”며 “경찰 수사 역량이 부족하다거나 (사건을) 고의로 덮으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지적에는 ‘그렇지 않다’고 강조하고 싶다. 어느 때보다 철저하고 신속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도 “초기 대응이 아쉽다”며 고개를 숙였다.
앞서 경찰은 지난 4월 1일 FIU로부터 화천대유 관련 첩보를 입수한 후 사건을 용산경찰서에 배당했다. 다음 달 25일 이성문 대표를 참고인으로 조사하고도 5개월여간 수사 전환 없이 입건 전 조사(내사)만 진행했다. 늑장 수사 비판이 일자 경찰은 국감을 앞둔 지난 1일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회계분석 전문 인력 등 24명을 증원해 총 62명으로 수사팀을 확대했다.
검·경 합동 수사에 대한 필요성도 강조됐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이 “화천대유 사건을 두고 경찰과 검찰이 합동 수사 등을 논의해본 적 있나. 검찰에게 협조를 구한 적 있나”라고 질의하자 김 청장은 “없다”고 답했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경이 이중으로 조사하고 자금을 추적하면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합동 수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과 김 청장은 “수사 진행 경과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했다.
여당 의원들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모씨의 농지법 위반 의혹에 대한 적극적 수사를 요청했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씨가 경기 양평 공흥지구 개발로 약 1000억원의 이익을 얻은 것은 민간 개발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경찰 수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청장은 “불법행위가 있다면 국수본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날 경찰청 국감은 예정보다 1시간 늦게 시작됐다. 야당 측이 “수사·재판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증인 채택을 하지 않기로 합의하지 않았냐”며 ‘윤석열 엑스파일’의 진원지로 꼽히는 정대택씨 증인 철회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결국 여야 합의 끝에 정씨의 증인 채택은 철회됐다.
1시간 늦게 시작되고도 다시 30분 만에 ‘마스크 논란’으로 정회됐다. 야당 위원들이 ‘판교 대장동 게이트 특검 수용하라!’는 문구가 적힌 마스크를 착용하고 입장하자 여당 위원들은 “일반 마스크를 썼으면 한다”고 반발했기 때문이다. 행안위 서영교 위원장은 “법제사법위원회는 마스크를 교체하고 진행하고 있다”며 중재를 시도했고 결국 마스크 교체가 이뤄졌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