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대인동 홍등가 된서리…코로나19와 재개발 영향

입력 2021-10-05 15:31 수정 2021-10-06 10:21

1970~90년대 광주 종합버스터미널이 위치한 대인동은 지역의 대표적 집창촌 가운데 한 곳으로 꼽혔다.

서울과 전남 도내를 오가는 고속·시외버스를 타러 오거나 외지에서 온 방문객을 상대로 윤락녀의 호객행위가 길거리 곳곳에서 버젓이 이뤄졌다.

광주를 처음 방문하는 외지인들에게 예향의 이미지를 흐린다는 싸늘한 여론에도 대인동 성매매 집결지는 수십 년간 명맥을 이어갔다.

짧은 치마나 요란한 레이스가 치렁치렁 달린 야한 옷차림의 여성들이 진한 화장을 하고 행인들의 팔목을 수시로 잡아끌었다.

유난히 조명을 받는 흰색 상의를 입고 부근을 지나는 차들을 상대로 한 ‘손짓’도 서슴지 않았다.

2010년대에도 금남로 5가 모 증권에서 금남로 4가 방향 100여m 거리나 백화점 맞은편 뒷골목에서 반라(半裸)의 젊은 여성들이 ‘쇼윈도’에서 하이힐을 신은 발을 꼬고 앉은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수십 년간 성업을 하던 대인동 홍등가의 불빛이 서서히 꺼져가고 있다. 코로나19 감염병 확산과 원도심 재개발 등으로 종적을 감추고 있다. 인적마저 드물어 썰렁하다 못해 ‘도심 속 슬럼가’로 방치되고 있다.

5일 광주시에 따르면 이달 초 경찰청과 성매매 집결지에 대한 합동단속을 벌인 결과 성매매와 알선 등 위반행위를 한 건도 적발하지 못했다.

경찰관과 공무원이 모 백화점 주변 거리와 골목 등 과거 성매매가 이뤄지던 거리와 골목을 샅샅이 돌면서 호객행위 단속에 나섰으나 성매매 영업이 거의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숙박업소 객실이나 오피스텔로 영업장소를 바꾼 속칭 ‘휘파리’ 영업을 적발하는 데 치중했으나 ‘허탕’을 치기는 마찬가지였다.

술자리에서 시중을 들 여종업원을 직접 고르는 일명 ‘유리방’ 업소는 인근에 백화점이 들어선 2010년대 이후 따가운 시선과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잇따라 폐업했다. 국회 성매매특별법 제정과 정부의 집창촌 폐쇄 방침도 영향을 끼쳤다.

광주 대인동의 경우 계림8구역 재개발 사업 등을 계기로 시민들의 민원이 급증하자 경찰이 몇 달씩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 점도 집창촌이 사양길로 접어든 원인이 됐다.

시와 경찰은 신흥 상업지구에 ‘독버섯’처럼 생겨난 안마방, 유사 성행위 업소 등 변종 성매매 업태의 등장도 대인동 집창촌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배경이 된 것으로 분석했다.

대인동 집창촌이 찬 서리를 맞으면서 시와 동구는 이 골목을 살리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국토교통부 소규모 도시재생사업 공모를 추진하기도 했으나 아직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성매매를 통해 여성들을 상대로 한 성 착취가 횡행하던 퇴폐적 공간을 문화예술 명소로 탈바꿈시킨 전주 ‘선미촌’ 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인권단체, 인근 상인 등과 협의에 나섰으나 핵심 주체가 돼야 할 건물주 등의 적극적 동의를 얻지 못해 진척되지 않고 있다.

연구용역을 통해 활용방안을 모색해온 광주여성재단이 전통한옥 호텔 등 원도심 문화자원과 연계한 개발방안을 제시했으나 예산 부족 등도 발목을 잡고 있다.

시는 쇠락한 대인동 상권을 살리기 위한 옛 유리방 골목의 성매매 집결지 지정 해제를 검토 중이다.

시 관계자는 “대인동 일대의 노골적인 성매매가 사라진 것으로 판단된다”며 “문을 닫은 ‘유리방’ 거리의 도시 재생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