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와 동시에 ‘혁신학교’로 지정된 강원도 강릉 유천초교가 1년 8개월 만에 혁신학교에서 취소돼 논란이 일고 있다.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강원학부모회, 강릉시민행동 등 18개 시민단체는 5일 오전 강릉교육지원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원도교육청이 유천초교에 대한 ‘강원행복더하기학교(혁신학교)’ 지정 취소를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도교육청은 비합리적 의사결정 구조에 의한 학교 운영, 학교구성원 간 지속적인 갈등유발 등을 지정취소 사유로 내세웠지만 어떠한 규정을 위반한 것인지 찾아볼 수 없다”며 “오히려 도교육청의 무리한 지정취소가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이고, 학교구성원과 지역의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무엇보다 학교 구성원인 학생, 학부모, 교사와 직원들의 충분한 의사 수렴 없이 졸속으로 지정 취소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유천초교에 대한 종합감사 최종보고서조차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다급하게 지정 취소를 한 것이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유천초교는 지난해 3월 개교와 동시에 강원행복더하기학교로 지정됐다. 학교장 자율‧책임 운영 확대로 공교육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고, 창의‧공감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자기 삶의 역량을 기르도록 돕는 강원도형 혁신학교 모델이다.
그러나 교육 활동 관련 학교 예산 수립과 집행을 놓고 교사와 행정 직원들 간 의견이 충돌이 발생했고, 행정 업무 부담 등에 대한 갈등이 커지면서 행정실장이 세 차례, 교감이 두 차례 바뀌었다. 공모로 선발된 교장도 임기를 포기하고 지난 8월 학교를 옮겼다.
이에 따라 도교육청은 감사를 벌인 뒤 위원회를 열어 비합리적 의사결정 구조에 의한 학교 운영, 학교구성원 간 지속적인 갈등 유발 등의 이유를 들어 9월 1일 자로 혁신학교 지정을 취소했다. 구성원 협의에 의한 혁신학교 취소 사례는 있지만, 도교육청 직권에 의한 지정 취소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지정 취소 과정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 수렴 없이 교육청이 성급하게 지정 취소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지정 취소 철회는 현재로선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조만간 유천초에 대한 감사 결과가 나오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계획”이라며 “2학기 예산과 교육과정은 그대로 진행되며, 예산만 일부 감축하는 만큼 학교 운영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
강릉=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