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일부터 시작된 국회 국정감사가 정책감사는 실종되고 ‘대장동 난타전’으로 변질되고 있다. 대장동 사태가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면서 국감이 민생을 챙기기보다 정쟁에 매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감장 각 좌석에 ‘이재명 판교 대장동 게이트’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나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특검을 요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팻말을 치우기 전엔 감사할 수 없다고 나서면서 5일 오전 10시 열릴 예정이던 국방, 국토, 농식품부 국감은 진행되지 못한 채 모두 중단됐다.
국토교통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조응천 의원은 이날 국감장에서 “원만한 회의 진행을 위해 국감과 무관한 내용의 피켓은 철거하고 국감을 시작하자”고 요구했으나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조 의원은 “오늘 국감은 국토부와 피감기관이 행정을 제대로 했는지, 예산을 잘 집행했는지 살펴봐야 하는 자리”라며 “왜 이러한 정쟁의 제일 앞장에 서서 패널을 붙이고, 국회의원의 권위를 스스로 깎아 먹는 것인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회재 민주당 의원도 “지난해부터 집값이 크게 올라 서민들이 힘들고, 청년들이 절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른 것을 갖고 괜히 질의시간만 뺏어 먹으면 지혜롭지 못하다”라며 “정치 국감을 하지 말고 정책 국감을 해야 한다. 이 문제는 검찰에 맡겨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진실 규명을 촉구하는 최소한의 의사표현’이라며 피켓 철거 요구를 거부했다. 이종배 의원은 “대장동 의혹이 연일 제기되면서 국민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지만, 여당은 20여명의 증인 신청도 받아들이지 않고, 경기도 등은 자료요청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며 “이런 상태에서 제대로 된 국감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니 어쩔 수 없이 진실규명을 위한 특검을 촉구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송석준 의원은 “우리가 보다 더 과격한 방법으로 대장동 사태에 대해 의견 표현을 할 수 있지만, 이 정도 선에서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양당 의원들은 계속 고성을 주고받았고, 이헌승 위원장은 정회를 선포했다.
이날 열린 다른 상임위 국감도 대장동 피켓 때문에 차질을 빚었다. 이날 국방부 청사 2층 대회의실에 마련된 국감장에도 ‘특검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라고 쓰인 피켓이 걸렸다.
국방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기동민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야당에) 피켓을 제거해 달라고 했으나 할 수 없다고 해서 회의가 파행되는 상황”이라며 “국방위 현안과 무관한 정치적 피켓을 내 건 채로 국감을 수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켓만 내려진다면 (국감에) 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면서 “야당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으며 정치적 구호를 거두지 않는다면 국정감사를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김병주 의원도 “축구하려고 왔는데 수영복 입고 나타나 수영하자는 꼴”이라며 “국정감사에 집중해야지 (국감장을) 정치적인 구호와 정치 시위장으로 만들어서 되겠느냐”고 주장했다.
농림축산식품부를 대상으로 진행하려고 한 국정감사는 여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파행했다. 국감장에 설치된 대장동 게이트 피켓이 문제였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정점식 의원은 “민주당의 출석 거부로 파행에 이른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이만희 의원도 “비리를 파헤치기 위해 가장 유용한 특검이 필요하다는 의사 표시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의사 표현 방식으로 플래카드를 게첨한 데 대해 여당 의원들이 소중한 국감을 보이콧하고 자리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