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대장지구 개발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구속되자 야당은 이재명 경기지사를 겨냥한 총공세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대장동 개발 이익을 특정 세력이 독식하게 만든 배임 구조의 최고 윗선으로 이 지사를 지목하며 “특검 수사를 받으라”고 거듭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지사는 민간 사업자에게 갈 특혜를 환수한 것”이라며 “야당은 적반하장식 공세를 멈추라”고 이 지사를 엄호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장동 게이트 수사가 이 지사 턱밑까지 왔다. 모든 정황과 증거들이 몸통인 이 지사를 향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지사는 더 이상 국민을 기만하지 말고 철저한 특검 수사를 자청해야 마땅하다”며 경기지사직과 대선 후보 사퇴도 요구했다.
김 원내대표는 “일은 사장이 시켰는데, 직원만 구속하나. 조폭을 잡을 때 두목은 놔두고 행동대원만 구속하나”고 반문하며 “이 후보와 유 전 본부장은 ‘정치경제공동체’로 볼 수밖에 없는 여러 의혹이 계속 나오는데, 그가 측근이 아니면 분신이라도 되는 건지 묻고 싶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검찰에 이 지사 집무실과 비서실, 자택에 대한 신속한 압수수색도 촉구했다. 또 특검 관철을 위한 ‘도보 투쟁’을 추진하는 등 대대적인 여론전도 예고했다.
이준석 대표는 이 지사를 향해 “셀프 봉고파직에 위리안치하라”고 직격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또 “‘1번 플레이어’ 이 지사가 (유 전 본부장과의 관계를 부인하며) 비서실에 있어야 측근 아니냐고 했다는데 코미디”라고 지적했다.
야당 대선 주자들도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유 전 본부장 구속은) 관리자의 책임 문제가 아니다”며 “이 지사 본인이 직접 형사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의원 측은 “이 지사가 꼬리 자르기를 하려다 거센 비판에 부딪히자 ‘관리 책임을 느낀다’며 유체이탈 화법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유 전 본부장 구속은 이 지사와 그가 ‘법적 공범’임을 뜻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조국의 가재·붕어·개구리에 이어 이제 이 지사는 국민을 돼지 취급하려 한다”며 “국정조사도, 특검도 모두 피하려고만 하면서 입으로만 당당한가”라고 질타하는 글을 올렸다.
민주당은 유 전 본부장 구속 문제에 거리를 두면서도 이 지사를 겨냥한 공세에는 적극 차단막을 쳤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의힘은 유 전 본부장 구속을 핑계로 특검을 주장하지만, 지금은 엄연히 검찰의 수사가 먼저이고 (정치권은) 성실하게 협조해야 할 때”라며 “국민의힘이 무리하게 특검을 요구하는 건 화천대유를 내년 대선 국면까지 끌고 가 정쟁을 지속하려는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고 대변인은 또 “곽상도 의원 아들의 50억원 퇴직금 논란과 야당 인사들의 이름이 줄줄이 엮여나오니 정치 공방으로 시간을 끌어보겠다는 셈법 아닌가”라고 국민의힘에 화살을 돌렸다.
한준호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이 이 지사 사퇴를 촉구하며 적반하장식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 지사가 어떻게 곽 의원의 50억원, 박영수 전 특검, 신영수 전 의원, 원유철 전 의원 등 의혹의 몸톰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 어떠한 물타기, 왜곡, 은폐 노력에도 사실관계는 변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지호일 이가현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