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장지구 사태’ 첫 유감표명…중도층 설득전략

입력 2021-10-04 17:08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 대장지구 개발의혹 사태와 관련해 처음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이유를 막론하고 민간사업자에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울 만큼 막대한 이익이 쏠린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한 것이다. 기존 강경한 입장서 한 발 물러선 것인데, 경선 이후 곧장 전개될 본선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도 풀이된다. 성남시장 시절 부딪힌 제도적 한계 등을 앞세우며 중도층을 설득해 나가겠단 전략이다.

이 지사는 4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진행한 서울공약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가격 폭등에 따른 결과이긴 하지만 민간사업자 이익이 결과적으로 과도하게 된 측면이 있다”며 “개발이익을 모두 환수하지 못해 국민께 상실감을 드린 점은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시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대해서도 관리책임을 언급하며 재차 유감을 표했다. 그는 “과거 제가 지휘하던 직원이 제가 소관하는 사무에 불미스런 일에 연루된 점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살피고 또 살폈지만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는 대장지구 사태가 불거진 후 이 지사가 처음 내놓은 유감 표명이다. 그간 이 지사는 민간사업자들의 이익배분에 대해서는 “관여할 수도 없었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며 명확하게 선을 그어 왔었다. 유 전 본부장 역시 ‘개인 일탈’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당장 이 지사가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에 원론적 수준에서 유감을 표명하며 책임론을 일부 수용하는 입장을 취한 것이다. 민주당 지지층과 달리 지지 후보를 아직 정하지 않은 중도층 설득을 위해서도 일방적 입장전달은 효과적이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지사는 대장지구 사업이 애초부터 민간에 막대한 이익을 몰아주기 위해 설계된 것이란 의구심은 강하게 반박했다. 이 지사는 “노벨이 화약을 발명했다고 해서 알카에다의 9·11 테러를 설계한 게 되느냐”며 5503억원의 이익을 환수하기 위해 들였던 노력을 재차 강조했다. 민간사업자를 끌어들일 수밖에 없었던 당시 성남시 재정과 제도적 한계, 국민의힘 세력의 조직적 방해도 거론했다.

이재명캠프 관계자는 “이 지사가 수익 일부라도 환수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그 과정을 중점적으로 설득해 나가면서 제도적 개선방안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기존 부동산공약에 없었던 개발이익 환수제를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유 전 본부장 구속 이후 일각에서 나오는 사퇴요구에 대해 이 지사는 “한전 직원이 뇌물을 받고 부정행위를 하면 대통령이 사퇴해야 하는거냐”고 반문했다. 책임의 범위를 관리소홀에 따른 도덕적 책임으로 한정하며 유 전 본부장과의 관계에는 분명하게 선을 그은 셈이다.

다만 캠프 내부에서는 유 전 본부장 구속이 향후 본선에서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유 전 본부장 외에 성남시 차원에서 이번 사태에 연루된 인사가 추가로 등장할 경우 이 지사 입지도 좁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재명캠프 현근택 대변인은 MBC 라디오에서 “(중도층은) 결국은 이재명 후보와 관련된 것 아니냐, 리스크가 있는 것 아니냐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저희들도 지금 면밀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