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중국 자존심’ 고량주, 국산이 ‘맛’으로 꺾었다

입력 2021-10-04 16:41 수정 2021-10-04 16:49
국산 고량주 기술 개발 과정에서 실시한 블라인드 테이스팅 현장 모습. 제공=농촌진흥청

한국 연구진이 시제품으로 양조한 순수 국산 고량주가 중국산 고량주보다 높은 평가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중국산 고량주 제품을 ‘맛’으로 뛰어넘었다는 점이 이목을 끈다. 고량주 국산화 가능성이 한 층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8개 고량주를 대상으로 실시한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농진청이 개발한 ‘향기증진고량주’가 1위를 차지했다. ‘국산 수수를 활용한 고량주 제조기술 개발 사업’ 일환으로 진행됐던 이 행사에는 농진청 연구·개발 단계인 6개 시제품과 중국산 고량주, 제품화한 국산 고량주가 시험 대상에 올랐다. 23명이 평가자로 참여해 상표를 모르는 8개 제품을 시음한 뒤 선호하는 3개 제품에 1점씩을 주는 방식으로 우열을 가렸다. 향기증진고량주는 모두 69점의 점수 중 22점(31.9%)을 획득하며 가장 높은 선호도를 기록했다.

2위를 기록한 제품은 중국산 고량주인 ‘연태고량주’였다. 모두 21점(30.4%)을 받았다. 점수만 보면 근소한 차이다. 하지만 이미 대중화에 성공한 제품이 연구 중인 시제품과 비슷한 수준의 선호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시음에 참여한 이들은 “한국형 고량주의 가능성이 보인다. 수입산과 품질 차이가 없다”고 평가했다. 시음 시점이 한국산 고량주 연구·개발 초기 단계였다는 점에서 현재는 품질이 더 개선됐을 가능성이 높다.

농진청이 국산 고량주 개발에 나선 이유는 복합적이다. 초기에는 국산 수수 소비량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여기에 중국산에 의존하는 고량주를 국산으로 대체하겠다는 목표가 더해졌다. 중국산 고량주는 2015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관세가 단계적으로 인하하면서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2016년 기준 745만 달러였던 수입액은 지난해 기준 1216만 달러로 4년 만에 63.2%나 늘었다. 김상남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장은 “고량주 국산화는 수입산 대체와 함께 원료인 수수 농가 소득도 증대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