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로 스마트폰 시장의 규모가 축소될 거란 전망이 나왔다. 비메모리 분야에 그쳤던 반도체 수급난이 확대돼 메모리반도체 공급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3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90%가 반도체 부족 여파를 겪고 있다”며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 예상치를 기존의 14억4700만대에서 14억1400만대로 하향 조정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분기에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부품업체로부터 주요 부품의 80%만 납품받을 수 있었다. 3분기엔 상황이 더 악화해 주요 부품의 납품 비율이 70% 수준에 그친 제조사도 있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애플 모두 반도체 부족 현상의 여파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폴더블폰 대중화를 목표로 출시한 갤럭시 Z폴드3·플립3은 최근 판매량 100만대를 넘어서며 높은 인기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 수급 문제와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의 코로나19 확산으로 공급이 높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사전 개통 기간을 두 차례나 연장해야 했다. 예약판매가 아닌 일반 구매자는 물건을 구하지 못하는 등 물량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애플도 지난 1일 아이폰13 국내 예약판매를 시작한 후 며칠 만에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반도체 부족과 중국의 전력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동통신업계 등에 따르면 아이폰13의 초도 물량은 전작 대비 절반 수준으로 물량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 애플코리아 홈페이지에서 아이폰13을 구매하면 수령 가능한 날짜가 11월 이후로 공지된다. 해외에서도 물건을 받기까지 4주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경우가 대다수다.
다만 스마트폰 제조사 중에선 애플이 반도체 공급 부족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을 것이라고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예상했다. 애플이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TSMC의 최대 고객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신 등에 따르면 아이폰13에 탑재된 A15 칩셋 가격도 3%만 인상돼 애플이 아이폰13의 가격을 동결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에 쓰이는 반도체 부족 상황은 차량 등 다른 반도체에 비해 빠르게 해소될 거란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를 포함해 전반적인 반도체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건 맞지만, 스마트폰에 쓰는 고급 기술의 반도체는 부가가치가 높아 반도체 생산 업체들이 우선순위로 찍어낼 가능성이 크다”며 “아주 단기간에 해소되진 않겠지만 자동차 반도체 등에 비해 스마트폰 반도체 부족 문제는 빠르게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