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면접서 “히잡 쓸 거냐?”…인권위 “질문 자체가 차별”

입력 2021-10-04 15:26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 임시 선별 검사소에서 히잡을 쓰고 코로나 검사를 받고 있는 외국인 모습. 기사와는 직접 관련은 없음. 연합뉴스.

채용 면접에서 업무와 관련 없이 히잡(이슬람권에서 여성이 머리를 둘러싸는 형태로 두르는 천) 착용 의사를 묻는 것은 그 자체로 차별 행위에 해당한다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판단했다.

인권위는 4일 한 비정부기구(NGO)의 면접과 관련한 진정을 받아들여 면접에서 업무와 무관하게 히잡 착용에 대해 질문하는 것은 종교를 이유로 한 차별이라고 밝혔다.

인권위는 당시 면접관이었던 비정부기구 의장에게 “향후 채용 면접심사에서 수행업무 내용과 무관한 종교 관련 질문 등으로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2019년 한 비정부기구의 통·번역 인턴사원에 응시했던 진정인 A씨는 면접 과정에서 면접관으로부터 “여기는 여러 국가의 사람이 근무하고 있고, 다른 국가의 이슬람 신도 직원들은 한국에서는 히잡을 쓰지 않고 근무했다”며 “당신의 경우는 어떤가”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A씨는 차별적 질문을 받은 뒤 채용에서 탈락했다는 취지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면접관 측은 “(당시) A씨는 문제를 제기하며 30여 분간 소란에 가까운 행패를 부렸다”며 “A씨는 히잡 착용 여부와 무관하게 면접 지각, 자기소개서 미첨부 등으로 태도 점수에서도 낮은 평가를 받았고, 어휘 능력에서도 정확성과 이해도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채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진정인이 히잡 착용을 이유로 인턴 채용에서 탈락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면접에서의 히잡 착용과 관련한 질문은 그 자체로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 직무능력이나 직접적인 업무 내용과 관련이 있는 질문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면접심사는 면접관과 지원자들이 동등한 위치에서 대화를 주고받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면접관의 질문은 지원자에게 자칫 심리적인 위축감 또는 모욕감을 주거나 채용에서 탈락할 것이라고 예측하게 하기도 한다”며 “그 질문이 사회적 소수자에 관한 내용이라면 채용 여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업무 시 히잡 착용 여부에 대한 의사를 물은 것은 진정인에게 히잡을 착용할 경우 채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로 받아들여졌을 가능성을 부인하기 어렵다”며 “채용에서 불이익을 받거나 채용되더라도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될 것으로 예측하게 하기에 충분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예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