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기송’ 이젠 그만…” 맨유팬에 부탁 나선 박지성

입력 2021-10-04 10:25 수정 2021-10-04 12:58
박지성. 뉴시스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서 활약했던 박지성(40)이 맨유 팬들에게 일명 ‘개고기송’으로 불리는 자신의 응원가를 이젠 멈춰 달라고 부탁하고 나섰다.

4일 맨유가 직접 제작하는 ‘UTD’ 팟캐스트에 출연해서다. 박지성은 “내가 은퇴를 한 지 7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팬들의 응원가를 들으면 여전히 그라운드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팬들이 만들어줬다는 사실에 여전히 자랑스럽다”면서 응원가 ‘개고기송’에 대한 솔직한 심정과 생각을 털어놨다.


개고기송은 2005~2012년 맨유에서 활약했던 박지성 응원용으로 맨유 팬들이 부른 노래로 ‘박지성, 네가 어디에 있든, 너희 나라에서는 개를 먹지, 그래도 임대주택에서 쥐를 잡아먹는 리버풀보다 나아’라는 가사를 담고 있다.

맞상대인 리버풀을 조롱하려는 의도가 강한 가사지만 ‘한국인 비하’ 지적도 받았던 이 응원가는 지난 8월 황희찬이 입단한 울버햄프턴과 맨유 경기 때 맨유 팬들이 황희찬을 향해 불러 다시금 논란이 됐다.

박지성은 “처음 그 응원가를 들었을 당시에는 매우 자랑스럽게 느꼈다. 팬들이 나를 위한 노래를 만들어줬기 때문”이라면서 “선수 입장에서 자신만의 응원가가 있다는 것은 아주 좋은 것”이라며 말을 꺼냈다.

이어 “개고기를 먹는다는 가사에 당시 불편하기도 했지만, 그런 부분 역시 내가 적응해야 하는 부분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면서 “당시의 불편함을 견디려고만 했던 어린 시절의 나에게 미안한 마음도 든다. 또한 여전히 아직도 아시아인이나 한국인으로서 그런 불편함을 안고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박지성은 그러면서 황희찬을 언급했다. 그는 “지난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한국 선수가 맨유와 경기가 있던 날 울버햄프턴에 입단했다. 그리고 맨유 팬들이 내 응원가를 불렀다. 그때 뭔가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어쩌면 그 단어에 대해 선수가 불편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15년 전 내가 느꼈던 것처럼 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어쩌면 한국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이곳에서만 존재하는) 고정관념이기도 하다”고 꼬집었다. 또 BTS(방탄소년단), 손흥민(토트넘), 넷플릭스 드라마, 첨단 기술 등을 나열하며 “한국 문화를 보면 나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다양한 것들이 많다”고도 덧붙였다.

박지성은 “물론 맨유 팬들이 당시 공격적인 의미를 전혀 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맨유 팬들이 그런 내용을 더는 사용하지 않도록 알려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어쩌면 한국인들에 대한 인종적 모욕일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개고기와 관련한) 그런 내용이 담긴 노래를 이제는 그만 불러줄 것을 부탁한다. 더는 누군가를 응원하는 내용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면 오히려 더 불편해지는 노래일 것”이라고 밝혔다.

맨유 구단은 박지성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면서 “그의 말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팬들이 그의 소망들을 존중하길 바란다”고 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