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오면 알아서 사퇴”…트럼프의 근거 있는 자신감

입력 2021-10-04 07:34 수정 2021-10-04 07:44

“내가 대선에 나온다면, 대부분은 (후보직을) 사퇴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야후 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2024년 대선 경선에 대한 자신감을 이같이 피력했다. 그는 다음 대선에 나가겠다는 말을 공식적으로 내뱉은 적은 없다. 그러나 지지자를 겨냥한 정치적 행보는 꾸준히 이어가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야후 파이낸스는 3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4년 재대결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 등이 참여할 것으로 보이는 공화당 예비선거에 대해 대담한 예측을 내놨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디샌티스 주지사와의 대선 후보 경선에 대한 입장을 묻자 “내가 나오면 다들 중도 사퇴할 것이라 그를 상대할 것으로 생각하진 않는다”면서도 “만약 그를 만난다면 다른 모든 사람을 이기듯 그를 이기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신감은 공화당 유권자의 지지도가 뒷받침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디샌티스 주지사,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등 잠재적 후보들과 맞붙는 것을 가정한 가상 대선 경선 조사(에머슨칼리지 진행)에서 공화당 유권자 67%의 지지를 받았다. 2위 드샌티스 주지사는 단 10% 지지밖에 얻지 못했다.

그러나 디샌티스 주지사의 상승세가 엿보이는 여론조사도 적지 않다. 존 볼턴 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이 운영 중인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디샌티스 주지사의 공화당 유권자 지지율은 지난주 각각 26.2%, 25.2%로 나타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1위를 지켰지만 디샌티스 주지사에는 오차범위 내 신승한 것이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 완화, 마스크 착용 및 백신 의무화 조치 반대 등의 정책을 추진하며 전국적 인지도를 얻었다. 폭스뉴스는 “코로나19 (방역 지침) 제한에 대한 전투적 반발 덕분에 디샌티스는 전국 공화당 유권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권자와 만나며 정치적 메시지를 내는 횟수가 점점 많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지자들과의 지속적 교감을 통해 공화당 내 지위를 공고히 하려 한다는 것이다.

야후 파이낸스는 아프가니스탄 철수 실패, 인프라 법안 등 민주당의 경제 의제 정체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인기가 하락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치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인터뷰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아이오와주 방문 직전 진행됐다. 아이오와주는 조지아주와 함께 미국의 대표적 스윙스테이트(경합주)로 꼽힌다. 아이오와주는 미국 대선 경쟁의 시작을 알리는 첫 후보 경선지이며, 대선 풍향계로도 불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지난 대선 후 처음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조지아주를 찾아 ‘나는 패배를 인정한 적 없다’며 대선 사기론을 거듭 주장했다. 9일 아이오와주 디모인 집회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 및 경제 실패 등을 거듭 제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정부와 트럼프 대선 캠프의 연결 고리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러시아 정부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을 제기해 퓰리처상을 받은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의 수상 취소를 요구하는 성명을 내놨다. 지난 1일에는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연방법원에 영구 정지된 트위터 계정을 복원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