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윤상의 세상만사] 오징어게임과 참나무

입력 2021-10-03 19:46

추석 연휴 동안 전세계적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은 화제작이 있다. 빚에 쫓기던 수백명의 사람들이 상금 456억원을 거머쥐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잔혹한 서바이벌 게임에 뛰어드는 이야기다. ‘오징어게임’은 상대를 죽여야만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밀림 속 약육강식 같은 우리 사회의 이야기를 날 것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충격적이다.

또 요즘 ‘화천대유-대장동 게이트’라는 현실 속 오징어게임이 연일 뉴스를 도배하고 있다. 원래 ‘화천대유’는 주역에 나오는데, ‘하늘에 붙어있는 밝은 해가 세상을 비춘다’는 좋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오로지 자신만이 오징어게임의 최종 승자가 되겠다는 몇몇 사람들로 인해 탐욕의 대명사로 회자되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우리는 생존을 위한 무한경쟁 시대를 살고 있고, 코로나 판데믹은 그러한 경쟁을 더욱더 극단으로 몰아가고 있다. 무한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생존하기 위한 압박감은 우리를 늘 불안에 떨게 한다.

물론 생태계 내에서 살아가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들은 생존을 위해 한정된 먹이나 생활공간을 놓고 무한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그 경쟁에서 지는 종은 도태되는 게 자연의 법칙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로지 적자생존, 승자독식만이 해답일까.

이 잔인한 생태계 내 경쟁 속에서도 서로가 함께 살아남는 방법은 없을까. 우거진 ‘숲’에서 그 해답을 찾아보자.

우리가 산에 오르다 보면 숲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소나무와 참나무도 치열한 생존 경쟁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소나무가 우세한 종이 되어 숲을 차지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참나무에 그 자리를 내준다. 소나무는 양지바른 곳에서는 매우 빠르게 자라지만, 빽빽한 숲을 이뤄 음지를 이루면 잘 자라지 못한다. 반면에 참나무는 더딘 속도로 자라지만 음지에서도 잘 자라서 결국 소나무보다도 더 우세하게 된다. 이것이 참나무의 첫 번째 경쟁력이다.

한편 소나무는 피톤치드를 강하게 만들어 주변에 다른 생명체가 자라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광합성으로 만들어 내는 양분의 양보다 호흡으로 소비하는 양분의 양이 많아지면 과감하게 자신의 가지를 잘라내기도 한다. 주변의 적들의 접근을 막고 자신의 일부마저도 잘라내면서 생존 경쟁에 임한다. 반면에 참나무는 도토리를 만들어 다람쥐나 멧돼지, 산새들 같은 숲속 친구들에게 먹이를 제공한다. 참나무는 숲속 동물들이 먹고도 남을 만큼 충분한 양의 도토리를 땅에 떨어뜨린다. 동물들이 먹고도 남아있는 땅 위에 도토리들이 발아하여 참나무 새싹을 틔워 무럭무럭 커간다. 참나무의 두 번째 경쟁력이다.

이렇듯 참나무는 소나무와 달리 함께 생존하는 경쟁 방식을 택해 숲속의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든다. 어렵고 힘든 시기일수록 화천대유같은 오징어게임식의 적자생존, 승자독식 경쟁이 횡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충분히 나눠주고 성장하면서도 경쟁에서 함께 승리하는 참나무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 ‘쓰임새가 많아 유용한 나무’라는 참나무의 뜻처럼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며 함께 나눠 가질 수 있는 건강한 공생 경쟁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모두가 죽은 뒤 독차지한 456억원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