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정감사 첫 날 게임 산업이 호된 비판을 직면했다.
1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첫째날, 문체부 대상 질의에서 국내 게임 산업의 고질적 문제들이 연달아 지적사항으로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은 해외 유명 VR(가상현실) 게임을 직접 시연하며 돈벌기식 과금 모델에 치중한 국내 게임 산업의 더딘 발전 실태를 비판했다. 이 의원은 국감장에서 해외 게임사 벨브가 지난해 내놓은 VR 게임 ‘하프라이프: 알릭스’의 게임 장면을 직접 시연해 보여준 뒤 비교군으로 국내 한 게임사의 게임 플레이 화면을 재생했다.
이 의원은 “공교롭게도 두 게임사는 비슷한 시기에 설립됐다. 설립후 어떤 회사는 게임의 수준을 이 만큼 올린 반면, 국내 회사는 이용자들의 결제를 유도하는 특정 비즈니스 모델 수준만 높여놨다. 이러는 동안 국내 매출은 잘 나왔을지 몰라도 세계시장에서의 고립은 심화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질의에 황희 문체부 장관은 다소 엉뚱한 대답을 해 냉소를 자아냈다. 황 장관은 내년에 VR 같은 실감형 기술을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하기 위해 예산을 쓰겠다고 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해외 게임과 국산 게임을 비교하며 국내 게임사들의 확률형 아이템 비즈니스 모델을 비판했는데, 장관은 BM 구조 개선을 위한 정책을 모색하겠다는 게 아니라 엉뚱하게 VR 게임을 지원하겠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강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한 책임이 있는 주무부처의 장관의 답변으로는 굉장히 실망스럽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이날 위정현 중앙대 교수(한국게임학회장)을 참고인으로 신청해 국내 게임 산업의 문제와 대안을 질의했다. 위 교수는 “국내 유력 게임사들이 확률형 아이템과 지식재산권(IP) 게임을 양상하면서 게임 생태계가 피폐해졌다”면서 “문체부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무능도 원인이다. 확률형 아이템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데 조치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확률형 아이템이란 게임에서 일정금액을 투입했을 때 무작위적·우연적 확률에 따라 아이템이 지급되는 형태를 가리킨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국내 게임 이용자들의 불만은 극악의 확률에서 최상위 아이템을 뽑는 방식에서 비롯된다. ‘pay to win(돈을 써야 이김)’이 게임의 룰이 되며 게임의 본질인 플레이의 즐거움보다 습관적으로 슬롯을 돌려 ‘S급 아이템’의 잭팟을 기대하는 요행이 게임의 메인 콘텐츠가 돼버렸다고 게이머들은 성토한다.
위 교수는 “확률 공개는 1차적 방안이고, 사행성이 높은 확률형 아이템을 청소년에게 판매하는 것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확률형 아이템 관련 업계의 자율 규제도 된서리를 맞았다. 업계는 자정 능력을 키우겠다는 취지로 2018년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를 발족해 확률 공개 미준수 게임을 단속하는 등 방지책을 마련했지만 제대로 된 감시를 하지 않는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일례로 자율기구의 단속 필터를 통과한 상당수 게임들이 확률에 확률을 입히는 이중 확률 방식으로 공개해야 할 정보를 ‘영업비밀’로 관리하고 있었다. 아울러 확률 조작 등이 의심되는 확률형 아이템도 게이머들에 의해 다수 적발됐다.
현재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를 법으로 강제하는 게임법 개정안이 문체위에서 계류 중이다. 이상헌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전부 개정안을 비롯한 3~4개 개정안이 병합 심사를 앞두고 있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협회가 자율규제를 마련하고 시행한 지 6년여가 지났지만 올해 초 확률조작, 이중확률 시스템 도입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회적 논란이 있었다”면서 “논란 후 부랴부랴 자율규제를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각 게임사들이 방지책을 내놓았지만 이용자들은 여전히 믿지 못하고 있다. 법, 제도를 통해야만 신뢰가 회복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참고인으로 출석한 강신철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은 “자율규제를 강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인정했다. 또한 “법 규제는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게임산업이 도움이 되고 연구해야 할 부분이 있으면 논의해서 잘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황 장관은 “확률형 아이템을 업계 자율 규제에 맡겨왔는데 신뢰가 떨어진 상태”라면서 “업계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대안이 나와야 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