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특유의 목축 경관’ 초지가 사라진다

입력 2021-10-03 11:07
제주지역 초지가 매년 감소하고 있다. 문정임 기자

오름과 함께 제주 특유의 목축 경관을 형성하는 초지 면적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초지는 축산업의 기반을 넘어 지하수 함양, 온실가스 저감 등 생태적으로도 큰 가치를 지니고 있어 보호 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3일 제주도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지역 전체 초지 면적은 1만5676㏊로 우리나라 총 초지면적(3만2556㏊)의 절반을 차지했다.

제주의 초지 면적은 1990년 2만3079㏊에서 2000년 1만9671㏊, 2010년 1만7289㏊, 2020년 1만5676㏊로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축구장 전용면적이 7140㎡인 것을 감안하면 지난 30년간 축구장 1만368개 규모의 초지가 사라진 셈이다.

지난 한 해만 놓고 보더라도 2019년 1만5873.7㏊에서 2020년 1만5676㏊로 197.7㏊가 줄어 1년 새 제주 마라도 면적의 6배, 여의도 면적의 70%가 감소했다. 지난해 제주의 초지 면적 감소 폭은 전국 지자체 가운데 가장 컸다.

제주지역 초지 감소는 우리나라 초지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지 면적은 1990년 9만㏊에서 2000년 5만2000㏊, 2020년 3만2556㏊로 같은 기간 70%나 감소했다.

현재 우리나라 총 초지의 48%는 제주, 16%는 강원, 충남 8%, 전남 6% 순으로 제주도에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이 몰려 있다. 초지는 대개 가축 사육을 위한 방목 초지와 사료작물포, 축사·부대시설 등으로 이용되며 전체의 30% 가량은 미이용 상태다.

초지는 말이나 소에게 먹일 조사료 생산지로써 축산업의 기반일 뿐만 아니라 푸른 초원과 같은 경관을 형성하며 관광과 휴양 자원으로 심미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지하수 함양과 유기물 순환에 도움을 주며, 탄소 격리 능력이 우수해 온실가스 저감에도 큰 역할을 한다.

그러나 제주에서는 농업 용지로 불법 이용되거나 경관이 뛰어난 중산간(해발 200~600m)개발 사업에 전용되면서 지속적인 감소 추세에 있다.

제주도와 정부가 매년 초지 실태조사를 벌이는 등 초지를 동물 복지와 친환경 축산, 관광 자원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뾰족한 답은 찾지 못 하고 있다.

한편 자연 초지이자 제주 특유의 목축 경관을 보여주는 도내 마을공동목장은 개발 열풍과 초지 관리 제도의 허점으로 인해 2006년 70곳에서 2018년 51곳으로 급감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