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코로나 사망자 500만명…뒤늦게 효과 내는 백신 명령

입력 2021-10-03 08:40 수정 2021-10-03 12:35

전 세계 코로나19 사망자가 500만 명을 넘어섰다. 이 중 70만 명(14%) 이상이 미국에서 나왔다. 가장 먼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나라의 미스터리한 기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우리나라가 코로나19로 70만 명이 사망한 고통스러운 기록을 애도하며 슬픔에 무감각해지지 말아야 한다”며 “매일 팬데믹으로 목숨을 잃은 모두를 기억할 것이며 영혼의 한 조각을 잃고 남겨진 이들을 위해 기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놀라운 사망자 규모는 백신 접종의 중요성을 환기하는 또 하나의 사례”라며 “백신은 안전하고 공짜이며 맞기도 쉽다. 아직 맞지 않았으면 제발 접종하라”고 당부했다.

미국은 지난해 2월 6일 첫 코로나19 사망자가 나왔고, 그로부터 333일 만인 지난 1월 3일 사망자가 35만 명을 넘어섰다. 미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는 70만 명을 넘는다. 273일 만에 사망자가 두 배가 된 것이다.

전 세계 코로나19 사망자는 500만 명을 넘어섰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지난 2월 25일 250만 명을 돌파한 지 220일 만이다. 지난해 1월 중국 사망자를 첫 사례로 보면 250만 명 돌파 때까지는 13개월가량이 걸렸는데, 그 두 배가 된 건 8개월이 채 안 됐다.

코로나19 사망자가 미국 다음으로 많은 나라는 브라질로 59만7000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이어 인도 44만8000명, 멕시코 27만7000명, 러시아 20만5000명, 페루 19만9000명 등 순이다. 미국을 포함한 이들 6개 국가는 전 세계 사망자의 46% 이상을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델타 변이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감염 속도는 가팔라졌는데, 백신 접종률은 국가 간 차이를 보여 사망자 증가 속도가 달라지고 있는 것으로 봤다. 미국은 백신이 충분하지만, 접종률은 낮은 나라 중 하나다.

미국에선 주정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백신 의무화 조치가 접종률을 조금씩 높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주 제이 인슬리 주지사는 지난 8월 주정부 직원과 의료 종사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의무화 명령을 내렸다. 워싱턴주는 백신 접종을 원하지 않는 직원은 정기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아 음성 확인서를 제출하게 하는 대안 명령은 아예 내리지 않았다. 백신을 맞지 않으면 바로 해고되는 것이다.

유예기간이 이달 중순 끝나면서 주정부는 명령 거부 직원들에게 퇴직 통지서를 보내고 있다고 시애틀타임스가 보도했다.

주정부의 완강한 방침에 접종률 증가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주 관계자는 지난 “주말 기준 직원 86.5%가 백신 접종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주초 확인한 데이터보다 눈에 띄게 증가한 수치”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 지역의 주요 의료 병원 백신 접종률은 90% 이상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백신 의무화 명령 이전(78%)보다 12% 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현재 주 직원 97%가 명령을 준수했거나 의학적 이유로 면제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브래들리 폴락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의무화 조치가) 백신 주저를 극복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일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최근 미국에서 최초로 백신 의무화 조치를 학생으로까지 확대했다.

백신 접종 의무화 명령을 어긴 의료진 해고에 돌입한 뉴욕주에서도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앤드루 쿠오모 전 주지사가 지난 8월 백신 의무화 명령을 내린 뒤 주 병원 직원 접종률은 76%에서 한 달여 만에 87%로 증가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뉴욕주 전체 성인 접종률 증가보다 2배가량 높은 수준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백신 의무화 명령 이후 폐쇄된 의료 시설은 없다. 1차 접종을 마친 요양원 직원과 병원 직원이 92%, 성인보호시설 직원은 89%”라며 “(접종을 받지 않은) 더 많은 사람이 일시 해고되기 때문에 접종률이 빠르게 증가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드아일랜드주 역시 지난 8월 백신 의무화 명령을 내린 곳인데, 이 지역의 가장 큰 병원인 캐어 뉴 잉글랜드 직원은 95% 이상이 백신 접종을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대표인 제임스 파넬레는 “시간이 지날수록 접종률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네티컷주도 지난달 30일 현재 직원 63%가량인 2만 명이 완전 접종을 받았고, 나머지 12%는 코로나19 주간 테스트에 돌입했다. 그런데 주 정부 방침을 따르지 않던 8000명 중 2000명이 지난 주말 사이 접종을 받았다고 한다.

다만 미국 전체 접종률 증가 속도는 아직 저조하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 전체 인구의 약 65%가 코로나19 백신을 최소 1회 접종받았고, 약 56%가 완전 접종을 마쳤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