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손바닥에 ‘임금 왕’(王) 자가 쓰인 모습이 TV 방송토론회에서 포착되며 때아닌 ‘무속인 개입’ 논란이 등장했다. 윤 전 총장 측이 “지지자들이 응원차 적어준 것”이라며 문제없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경쟁 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무속인까지 개입하느냐”며 비판하고 나서는 등 구설이 이어지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일 서울 중구 필동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5차 방송토론회에서 안상수·원희룡·유승민·최재형·하태경·홍준표·황교안 등 후보들과 공방을 벌였다.
특히 윤 전 총장은 양강 구도를 형성한 홍 의원과 첨예한 신경전을 펼쳤다. 그런데 윤 후보와 홍 후보가 열띤 토론을 벌이던 중 방송 화면에 윤 후보 손바닥에 한자 ‘王(왕)’이 적혀 있는 모습이 잡혔다.
토론회 당일 별다른 논란 없이 지나간 이 장면은 다음날인 2일 누리꾼들 사이에 회자되기 시작했다. 일부 누리꾼들이 “이걸 일부러 노출한 건지 실수한 건지 궁금하다” “본인이 왕이라는 의미인가” “왕이 되고 싶나” “무속인이 기운 날 거라고 했나 보다” 등의 반응을 보이면서다.
더욱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되며 누리꾼들 사이 의구심은 더 커졌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28일 열린 MBC 100분 토론 4차 방송토론과 지난달 26일 열린 채널A 주관 3차 방송토론에서도 손바닥에 ‘王’을 적은 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윤 전 총장이 손바닥에 적은 ‘王’이 무속 신앙에서 ‘셀프 부적’으로 통한다는 설도 제기됐다. 한 무속인 유튜버는 지난해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누구나 가능한 ‘셀프’ 부적이 있다고 소개하며 “말발이 달리거나 가기 싫은 자리에 어쩔 수 없이 가야 할 때 손바닥에 임금 왕을 쓰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윤 전 총장 캠프 측은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뉴스1과의 통화에서 “동네 이웃인 열성 지지자들이 윤 전 총장이 외출할 때마다 응원해준다. 이분들이 3·4·5차 토론회 때 손바닥에 지지 차원에서 王자를 써줬다”며 “5차 토론회를 앞두고는 평소보다 크게 그려주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5차 토론회를 가는 길에 지우려고 했는데 잘 지워지지 않아 그대로 토론회에 참석했다”며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굳이 지우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 측은 이후 토론회에서도 지지자들이 손바닥에 응원 메시지를 남겨주면 굳이 지우지 않고 토론회에 참석할 것이라며 논란거리가 아니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경쟁 주자인 홍 의원은 온라인상에서 확산되는 논란을 언급하며 윤 전 총장을 비판하고 나섰다. 홍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선 경선에 무속인까지 개입하고 쯧쯧쯧”이라면서 “이번 대선은 정말 저질 대선으로 가고 있다”고 비꼬았다. 이어 “대장동 비리 후보도 모자라 각종 비리 의혹 후보에 이젠 무속인까지 등장하는 역사상 최악의 대선 경선”이라며 “참 안타깝고 서글픈 대선 경선”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도 윤 전 총장 ‘王’자 논란에 “손바닥에 왕자 쓰면 왕이 되나?”라며 “차라리 왕자 복근을 만드시라. 이렇게 노력했다고”라고 힐난했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도 “점 보기 좋아하는 어부인 말씀대로 한겨?”라고 지적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김승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