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하이힐’을 신고 만난 인류의 대변인 ‘문·사·철’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수년간 빨간 하이힐에 천착해온 작가 이매리가 문학 ·역사·철학으로 집약되는 인문학에 ‘시(詩)’를 버무렸다.
내면의 평화를 주는 고향과 언제나 한결같아야 한다는 지향점을 존재와 비존재를 넘나드는 개성적 작품으로 구체화했다. 천년의 세월이 켜켜이 쌓인 강진 월남사지 터와 인류의 근원이 담긴 성경 창세기 말씀이 녹아 있다.
빨간 하이힐의 작가 이매리가 서울 종로 자하문로 ‘표갤러리’에서 초대전을 열고 있다. 오는 30일까지 이어지는 ‘Poetry Delivery 2021’ 이매리 개인전이다.
그동안 회화와 사진, 설치미술 등 다양한 영역을 아우른 이 작가는 미래에 존재할 이들에게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주는 시(詩) 배달부가 되고자 한다. 구축되는 작품세계의 완성도는 더 빈틈을 허용하지 않는다.
생성과 소멸에서 벗어나지 못한 삶의 연민은 인간이 영원을 담보하는 금박과 금가루로 작품에서 꽃을 피운다.
이 작가는 지난해와 올해 작업한 신작 ‘homeostasis(항상성)’ 시리즈와 ‘캔토스 스페이스’, ‘시를 배달하는 자’ 시리즈 등 35점의 작품을 개인전에서 선보인다.
글자의 근원인 점을 촘촘히 찍어 시간적 공간적 한계를 뛰어넘는 존재를 각인한다. 구약성경의 창세기와 에즈라 파운즈의 장편 시집 ‘캔토스’가 그 도구다.
이매리 작가는 미국의 저명한 미술평론가, 미술사학자, 큐레이터들이 먼저 알아본 실력파다. 10년 터울로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2000년대부터 서울은 물론 뉴욕・베이징・광저우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중국·프랑스・일본・독일・불가리아·이탈리아·그리스 등지에서 그룹전과 비엔날레에 활발히 참여했다.
“유전자를 속일 수 없나 봅니다. 세계 각국을 유람해도 나고 자란 강진은 언제나 제게 평온함으로 기억됩니다. 강진 지층에 서린 문명과 역사를 소환해 미래의 유물로 남긴다는 각오로 작품을 다듬고 있습니다.“
이 작가는 1963년 전남 강진산이다. 현재 광주대 초빙교수로 후학들을 가르친다.
목포대에서 미술을 전공한 뒤 조선대에서 미술학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리스 크레타 국립현대박물관, 불가리아 소피아 국립현대미술과, 국립현대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에 가면 그의 또 다른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