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 김만배 왜 만났겠나”…野 재판거래 의혹 추궁

입력 2021-10-01 16:35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법원행정처), 사법연수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은 1일 대법원의 이재명 경기지사의 선거법 위반 무죄취지 파기환송 결정과 관련, 권순일 전 대법관과 이 지사 측의 연결고리를 집중 추궁했다. 권 전 대법관은 퇴임 후 변호사 등록도 하지 않은 채 대장동 개발사업을 추진한 화천대유에서 월 1500만원의 자문료를 받은데다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를 여러 차례 만난 것으로 드러나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1일 오전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법원행정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 지사의 선거법 사건은 법조계에서 관심법 재판이라는 비판이 있었다”며 권 전 대법관이 이 지사 무죄 판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거론했다.

유 의원은 “권 전 대법관이 익산시장 사건에는 유죄를 선고했으나 같은 사안인 이 지사에게는 무죄를 유도했다”면서 “권 전 대법관은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소수였다, 소수에 다수가 따라붙었다’고 했는데 과장되거나 허위가 있나”라며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을 상대로 따져물었다.

이에 김 처장은 “답변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수사 중인 사건”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유 의원은 “이 지사 사건처럼 유력 대선후보 주요 판결은 통상 전원합의체 판결 시 재판에 참여하는 대법관이 적어도 1, 2심은 다 보지 않나”라고 다시 물었다. 김 처장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라고 원론적인 의견을 밝힌 뒤 말을 아꼈다.

당시 이 지사 사건은 대법관들의 의견이 팽팽히 갈린 가운데 7대 5 의견으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됐다. 권 전 대법관은 당시 무죄 취지 의견을 냈고, 이는 다수 의견이 돼 전합 판결문에 반영됐다. 유 의원의 질의는 이 과정에서 이 지사와 권 전 대법관이 부적절한 관계에 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유 의원은 이날 김만배씨가 2019년 5월 이 지사가 선거법 위반 혐의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이후 여덟 차례에 걸쳐 권 전 대법관을 방문했다는 기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두 차례는 지난해 7월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이 내려진 이후 시점이다.

유 의원이 “권 전 대법관의 죄가 성립하면 유죄가 선고된다고 보지 않나”라고 묻자 김 처장은 “그런 전제가 성립되면 아마도 그러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유 의원은 또 권 전 대법관의 변호사법 위반 논란을 짚으며 “(이 지사 선거법) 무죄 판결을 주도한 권 전 대법관이 변호사 등록도 안 하고 대장동 게이트 회사인 화천대유에 1000만원 자문료를 받았다”면서 “수사가 진행되면 사법부의 치욕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2021년 국정감사가 시작된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법원행정처), 사법연수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이 화천대유의 대주주인 김만배 씨의 권순일 전 대법관 방문 기록을 공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같은 당 소속 권선동 의원도 김씨가 권 전 대법관을 수 차례 찾아간 점을 부각하며 대법원이 수사 촉구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권 의원은 “심리를 전후로 한 달에 4번을 만났는데 뭐 때문에 만났겠느냐”며 “김 처장도 대법관으로 있을 때 외부 인사를 한 달에 4번이나 만난 적이 있느냐”고 몰아세웠다. 김 처장은 “저는 없다”고 대답했다.

권 의원은 “특검을 통해 이 사건을 해결하길 바란다는 용의가 없다면 자리에서 물러나라”며 “법관 3000명이 이걸 보면서 자괴감과 수치심이 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처장은 “무거운 마음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면서 “수사기관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다. 사안이 규명되는 것을 지켜볼 것”이라고 답했다.

국민의힘은 당시 권 전 대법관이 이 지사의 무죄 취지 판결을 주도한 정황이 포착됐다며 판결 합의 과정이 담긴 재판연구관 보고서 제출도 요구했다.

하지만 김 처장은 “재판연구관 보고서는 재판 기초가 되는 내부적 자료에 불과하다”면서 “판결 합의 과정이 공개되면 판결 효력에 논쟁을 제공할 수 있다”며 거부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