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일본 총리로 결정된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총재가 1일 당 지도부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를 두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권당 2인자인 간사장에는 아베 전 총리와 가까운 아마리 아키라 자민당 세제조사회장이 발탁됐다. 당내 2위 파벌인 아소파 소속 아마리는 아베 신조 전 총리,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과 함께 ‘3A’로 불리면서 2차 아베 정권기인 7년 8개월(2012년12월~2020년9월) 동안 권력의 핵심부에 있었다.
아마리는 이번 총재 선거에서 아베 전 총리, 아소 부총리와 기시다 간 연결고리 역할을 하면서 기시다 승리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6년 현금수수 의혹으로 비판을 받아왔던 아마리가 간사장으로 내정하자 기시다와 가까운 한 의원은 “아베, 아소를 꽤 신경쓰고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전 총리의 지원을 받은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은 당 정책을 담당하는 정무조사회장에 기용됐다. 다카이치 전 총무상을 지지했던 국회의원들이 기시다와 고노 다로 행정개혁담당상이 맞붙은 결선 투표에서 기시다를 지지해 당선에 기여한 점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총무회장엔 3선 소장파 후카다 다쓰오 중의원이 임명됐다. 그는 아베 전 총리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당내 최대 파벌 호소다파 소속이다. 부총재는 아소파 수장이자 아베 전 총리의 정치적 맹우인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이 맡는다. 대중적 지지가 높은 고노 담당상은 자민당 홍보본부장으로 기용됐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매체는 간사장과 정조회장, 총무회장, 선대위원장 등 당 4대 간부 중 절반에 아베·아소 파벌을 기용한 것에 대해 “아베 색깔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고 전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