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서 퇴직금 등으로 50억원을 받은 곽상도 무소속 의원 아들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서울 시대 일부 대학에 잇달아 게재됐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중심에 선 곽 의원과 그의 아들이 평범한 청년들 삶의 의욕을 꺾었다며 ‘퇴직금 논란’이 정치 공세의 재료로 활용되는 현실을 지적했다.
‘2022 대선대응 청년행동’(청년행동)은 30일 서울 시내 4개 대학교에 곽 의원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였다고 밝혔다. 지난 1일 발족한 이 단체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청년을 위한 정책을 요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창설됐다. 2030 정치공동체 청년하다, 평화나비 네트워크, 한국청년연대, 모두의 페미니즘, 대학생기후행동,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진보대학생 넷 등 12개 학생단체가 모였다.
이들이 붙인 대자보는 “오징어 게임에 노골적으로 연출된 것처럼 이제 한국 사회는 계급사회가 됐다”면서 “아빠 찬스를 통해서 ‘7년 차 대리가 50억 퇴직금’을 받는 청년만 살아남는 구조”라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면서 자신들을 “오징어게임에 참가한 ‘지원자들’”이라고 자조했다. 곽 의원 아들이 “나는 너무나 치밀하게 설계된 오징어 게임 속 ‘말’일 뿐”이라며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인용한 것을 비꼰 것이다.
한 학생은 “곽 의원이 아들이 퇴직금으로 50억원을 챙기는 동안 청년들은 첫 출근 현장에서 사망하거나 경제난에 시달려 고독사 당하고 있다”면서 “곽 의원은 오징어 게임처럼 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생명을 다하는 청년들의 죽음 앞에 깊게 사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다른 대자보는 “50억은 명백한 뇌물이다. 곽 의원은 사퇴하라. 너무나 노골적인 비리를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고 곽 의원을 직격했다.
한 연세대 학생은 지난 27일 인천에서 아파트 외벽을 청소하다 추락사한 20대 노동자를 언급했다. 그는 “의원 아들과 두 살 차이가 나는 인천의 한 청년 노동자는 일용직으로 나간 아파트 외벽 유리창 청소 중에 세상을 하직했다”면서 곽 의원 아들이 받은 특혜를 강조했다.
화천대유 특혜 논란이 여야의 정치적 공방전으로 번져가는 점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건국대에 붙은 대자보는 “저도 6년간 열심히 일하면 50억 받을 수 있느냐”면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사건에서도 불평등 해결은커녕 서로를 헐뜯는 공방전에만 힘쓰고 있다. 공방전이 뜨거워질수록 청년들은 더 허탈해진다”고 적혔다.
이어 “수십 년간 각종 투기와 특혜로 얼룩진 국민의힘, 촛불 정권을 자처하고도 불평등 현실을 외면한 더불어민주당”이라고 직격하며 “가난과 투기가 대물림 되는 사회, 권력을 이용해 온갖 편법으로 부를 늘리면서도 뻔뻔하게 살아가는 이 현실의 ‘오십억 게임’은 서로를 헐뜯는 공방전이 아니라 모든 걸 뿌리 째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점점 심화되는 불평등 게임에서 저를 비롯한 대다수의 청년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50억이라는 상금을 타지 못한다. 가혹한 현실에 많은 청년이 피눈물을 흘릴 때 권력을 쥔 기득권은 그 피눈물로 배를 채운다”면서 절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청년행동은 전날(29일)에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한 바 있다. 이들은 “우리도 6년만 버티면 퇴직금 50억원을 받을 수 있느냐”고 물으며 곽 의원의 즉각 사퇴와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또한 “추가로 곽 의원의 모교인 성균관대 등 더 많은 대학에 대자보를 붙이겠다”고 예고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