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배 걷어차 유산됐는데…영국 남성 무죄, 이유는

입력 2021-10-02 02:10
임산부 배를 발로 차 태아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영국 남성 로저 바이그이브. 메트로 페이스북 캡쳐

영국에서 술에 취해 만삭이 다 된 임산부의 배를 차 유산이 되게 한 남성이 배심원단으로부터 무죄 평결을 받았다.

29일(현지시간) 영국 메트로 등에 따르면 영국 법원 배심원단은 지난해 다트머스에 있는 한 술집에서 임신 28주차였던 임산부의 배를 걷어차 태아를 숨지게 한 혐의(태아 살해죄)로 기소된 로저 바이그레이브(37)에 대해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내렸다.

보도에 따르면 바이그레이브는 당시 술에 취한 채 유리잔을 술집 밖으로 가지고 나가려다 플라스틱 잔에 옮겨야 한다는 종업원의 요청을 거부해 제지당하자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에 근처에 있던 한 임산부가 동생이 함께 나서 바이그레이브를 말렸는데, 이 과정에서 임산부가 그의 뺨을 때렸다. 그러자 바이그레이브는 임산부의 배를 걷어차고 임산부 여동생의 머리채도 잡아끌어 웅덩이로 내던진 것으로 조사됐다.

임산부는 배를 걷어차인 직후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 제왕절개수술을 받았지만, 배 속의 아기는 끝내 숨졌다.

이후 태아 살해 및 폭행 혐의로 기소된 바이그레이브 측은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바이그레이브의 변호인은 또 “고의로 여성을 발로 찬 것이 아니며 배 속의 아이를 해치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바이그레이브는 체포 후 아이 유산 소식을 들은 뒤 “다시는 임산부를, 그리고 여성을 해치지 않겠다”며 울면서 말하기도 했다.

배심원단은 지난 28일 5시간이 넘는 숙고 끝에 태아 살해죄에 대해서는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내렸다. 살해 고의가 없었음을 받아들인 셈이다. 다만 임산부와 그의 여동생을 폭행한 혐의에 대해서는 합의를 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조만간 두 여성을 폭행한 혐의에 대해 재심 청구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제경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