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기운에 화가 난다는 이유로 알게 된 지 하루밖에 안 되는 남성을 무참히 살해한 30대 노숙자에게 징역 25년이 선고됐다.
제주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장찬수)는 30일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32)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또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도 명령했다.
A씨는 지난 3월 3일 오전 5시쯤 서귀포시에 있는 40대 남성 B씨의 자택에서 함께 술을 마시다 말다툼이 벌어지자 술병 등 둔기와 흉기로 B씨를 내리쳐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범행 수법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잔혹하다”며 “특히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호의를 베풀었지만, 극심한 고통 속에 생을 마감했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여러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점, 범행 전후 행동을 보면 심신미약 상태로 볼 수 있는 점, 피고인에게 벌금형을 초과하는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15년부터 일정한 직업 없이 노숙인 쉼터 등 보호시설을 전전해왔다. 지난 3월 3일 제주 서귀포시의 한 공원에서 피해자 B씨를 처음 만난 뒤 함께 다음날 일용직 노동을 하기로 약속하고 B씨의 집에서 술을 마셨다. 당시 금전적인 문제로 말다툼이 벌어지자 A씨는 B씨가 자신을 조롱하고 괴롭힌다는 생각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당시 A씨는 B씨의 신체를 훼손하고 시신에 쌀과 소금을 뿌리는 등 피해자를 능욕했다. 또 범행 직후 B씨의 손가방을 들고 도망친 데 이어 이틀 뒤인 3월 5일 제주의 한 편의점에서 참치캔 등을 훔쳤다.
앞서 검찰은 “정신감정 결과 피고인이 여러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면서도 “피고인이 범행 당시의 상황을 명확히 기억해 진술하는 점에 비춰보면 사건 당시 심신미약인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자신의 처지에 대한 비관과 사회에 대한 불만을 우연히 처음 만난 피해자에게 모두 전가하며 잔혹한 수법으로 피해자를 살해했다”며 “이후 반성과 후회가 없으며, 평소 심리상태 등을 볼 때 재범의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무기징역 구형 사유를 강조했다.
A씨는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최후진술을 통해 “범행을 인정하고 제 잘못을 인정한다. 유족들에게 죄송하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천현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