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트리(천원샵)도 가격 인상…일상 침투한 공급발 인플레이션

입력 2021-09-30 17:25
미국판 천원숍 달러트리. 홈페이지 캡처.

미국판 ‘천원숍’ 달러트리가 가격을 인상했다.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에 백기를 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미 전역에 790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인 달러트리가 앞으로 많은 제품에 1달러를 초과하는 가격표를 붙이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 조치에 따라 ‘달러트리 플러스’ 섹션을 설치한 모든 매장에서 기존에 1달러에 팔던 제품 중 일부를 1.25 또는 1.50달러 등 인상된 가격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1986년 창업한 달러트리는 이후 30년 이상 1달러 가격 정책을 불문율로 여겨 고수해왔다. 2019년부터 일부 매장에 ‘달러트리 플러스’라는 별도 코너를 만들어 일부 품목을 3~5달러에 판매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그 외 대부분 상품은 1달러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발생한 공급망 병목 현상의 여파를 견디지 못했다. 원가에서 물류비 비중이 컸던 탓이다. 마이클 위틴스키 달러트리 최고경영자(CEO)는 “현재의 경제 환경에서 가격을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임금, 운송, 공급업체에서 비용 상승을 목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수입품의 25% 이상이 들어오는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항과 롱비치항 등에선 최근 화물선 수십척이 입항을 위해 대기 중이다.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구인난으로 물류 하역 처리가 지연된 탓이다. 대표적인 해운 운임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24일 기준 4643.79로 20주 연속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나이키는 최근 아시아 공장에서 북미로 화물 컨테이너를 옮기는 데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80일이 걸린다고 밝힌 바 있다. 코스트코는 제때 상품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화장지와 같은 생필품 구매 물량 제한 정책을 도입했다.

의류 신용카드 플라스틱 등 거의 모든 제품 생산에 들어가는 석탄 및 석유화학제품 가격도 크게 올랐다. AP통신에 따르면 의료기기 등에 들어가는 폴리염화비닐(PVC)의 가격은 70% 증가했으며, 식품 포장을 포함해 거의 모든 제품에 사용되는 에틸렌 가격은 43% 급증했다.

이날 유럽중앙은행(ECB) 주최 콘퍼런스에서 미국 영국 등 중앙은행 총재들은 일제히 국제 공급망 붕괴로 인해 인플레이션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지난 몇 달간 경험한 공급망 병목 현상이 계속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