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내던진 유동규, 이재명 재판 응원까지 나간 ‘충성’ 행적

입력 2021-09-30 16:45 수정 2021-10-01 13:25
유동규(왼쪽) 전 경기관광공사 사장이 2018년 10월 1일 이재명 경기지사로부터 경기관광공사 사장 임명장을 받은 이후 이 지사와 찍은 기념사진. 경기도청 홈페이지


특혜 의혹이 불거진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의 핵심 인물로는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지낸 유동규(52)씨가 꼽힌다. 유씨는 지난 29일 검찰의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휴대전화를 창 밖으로 던지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했고,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도 주요하게 등장하는 등 이번 수사의 핵심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야권에서 그를 이재명 경기지사의 ‘심복’ ‘측근’으로 규정하자 유씨는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예산도 못 따는 측근이 어디 있나 모르겠다”며 측근설을 반박했다. 하지만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을 거치며 10년 가까이 기록된 그의 언행들을 보면 ‘이재명의 장비’라는 수식어에 어울린다는 평가도 나온다.

30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유씨는 2010년 이 지사의 성남시장 당선과 함께 공직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보통신 업체와 건축사무소 등에서 일했던 유씨는 2008년 성남의 한 아파트 단지 리모델링 추진위원회 조합장을 지냈다. 2009년에는 수도권 1기 신도시 리모델링 추진연합회 회장을 맡았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이재명 후보 지지선언을 한 그는 이 시장 당선 후 인수위 도시건설분과 간사를 맡는다.

2010년 10월에는 대장동 개발을 주도한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전신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에 임명됐다. 성남시는 이듬해 3월 대장동을 공공개발방식으로 개발하기로 의결하면서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유씨는 임명 직후부터 이 시장을 향한 충성을 공개적으로 드러내 논란이 됐다. 이 시장은 2010년 지방선거 당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같은 해 11월 재판에 출석했는데, 공단 기획본부장이던 유씨가 직원들을 대동해 응원차 이 시장 재판에 방문한 것이다.

성남시의회 회의록에 따르면 강한구 당시 시의원이 “본부장부터 간부들이 전부 응원차 격려차 새벽부터 나갔지요?”라고 지적하자 유씨는 “예 그렇습니다”라고 했다. “이재명 시장 쫓아다니면서 90도 절하면서 팀장들 전부 동원해서 거기서 인사하라고 발령 낸 거예요?”라는 힐난에도 “90도 인사한 게 아니라 겸손하게 공손하게 인사했다”고 답한 것으로 기록돼있다.

그는 공사 내에서 ‘실세’로 인식됐었다고 한다. 이승연 당시 시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너무 잦은 직제개편 때문에 공사가 정상이 아니구나 싶었다”며 “심증으로는 누구나 다 유씨가 공사 전반을 좌지우지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유씨도 배째라는 식으로 나왔다”고 토로했다. 유씨는 임기 내내 시의회로부터 인사 문제를 지적당했다.

유씨의 막강한 인사 권한은 대장동 개발 사업 과정에서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유씨는 기획본부장 시절 대장동 개발 사업 담당을 개발 2처에서 갑자기 개발 1처로 변경했는데, 개발 2처에서 ‘민간 특혜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자 담당 부서를 바꿔버린 게 아니냐는 말들이 나왔다. 대장동 개발 담당 부서는 올해 초 다시 개발 2처로 조정됐다.

김판 기자, 성남=박성영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