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강조한 정부, 정작 비대면회의 실시율은 50%

입력 2021-09-30 15:52

정부가 설치한 행정기관 위원회의 지난 1년 비대면 회의 실시율이 50%대에 그치는 것으로 30일 나타났다. 대면 형식으로만 회의를 진행한 곳도 115곳이나 됐다. 민간 부문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지침을 지킬 것을 당부하면서 정작 정부 스스로는 이를 지키는 데 소극적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 김형동 의원실 제공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실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지난 6월까지 정부 부처 소속 위원회 551곳의 비대면 회의(영상 회의·서면 회의) 실시율은 53.9%에 그쳤다. 영상 회의를 실시한 비율은 6.1%에 불과했으며 115개 위원회는 대면 방식으로만 회의를 진행했다. 행정기관 위원회는 행정기관 소관 사무 관련 자문에 응하거나 조정, 협의, 심의, 의결 등을 위한 합의제 기관이다.

특히 위원 수가 50명 이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더욱 준수해야 할 위원회의 비대면 회의 실적이 저조했다.

위원 수가 480명에 달하는 중앙건설기술심의위원회는 이 기간 동안 총 25차례 걸쳐 회의를 열었는데, 이 중 비대면 방식으로 회의를 진행한 것은 5차례에 불과했다. 보훈심사위원회(위원 119명·회의 횟수 341회), 문화재위원회(위원 100명, 회의 횟수 58회),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위원 76명, 회의 횟수 36회)는 모두 대면 방식으로 회의를 열었다.

행안부가 지난해 11월과 지난 4월 각 부처에 “위원회 회의 시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준수하는 것은 물론 비대면 영상 회의도 적극 활용해 달라”는 내용 등이 담긴 공문을 보냈는데도 이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은 것이다. 정부가 기업 등 민간 부문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지침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정작 스스로는 이를 지키는 데 미온적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회의를 아예 열지 않은 위원회도 71곳이나 됐다. 국무조정실이 9곳으로 가장 많았으며 문화체육관광부(7곳), 보건복지부(6곳), 농림축산식품부(5곳) 순이었다. 분기별로 평균 한 차례 이상 회의를 개최하지 않으면 ‘부실 위원회’로 판정된다. 지난해와 비교해 회의 개최 횟수는 줄었는데, 관련 예산은 늘어난 위원회도 있었다. 공직인사혁신위원회는 올해 출석 회의를 한 번도 열지 않았지만 관련 예산은 27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300만원 증가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도 출석 회의 횟수가 지난해 76회에서 올해 32회로 쪼그라들었지만 예산은 900만원 늘었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는 방역 지침을 지키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으면서 국민들에게만 피눈물 나는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며 “정부는 국민 앞에 ‘내로남불’ 방역을 사과하고 현실성 있는 지침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헌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