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파종할 시기에” 제주 농어가 인력난 ‘비상’

입력 2021-09-30 13:47
제주의 한 마늘 농가에서 기계를 이용해 파종하고 있다. 제주도 농업기술원 서부농업기술센터는 제주지역의 특산 작목이자 많은 인력이 소요되는 마늘에 대해 전 과정 기계화 매뉴얼을 구축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외국인 근로자의 입국이 끊기면서 고령화가 심각한 제주지역 농어가들이 비상이다. 인력난은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져 농가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30일 제주도에 따르면 9월 현재 도내 육상 양식장에 고용된 외국인 근로자는 400명으로 코로나 이전 800명에 비해 절반이나 줄었다.

그동안 도내 양식장에는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인도 등 아시아 각지에서 비전문 취업비자를 통해 들어온 근로자들이 근무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입국이 어려워지면서 도내 양식장들이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어류 출하 등 사육 관리 전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는 외국인 인력이 감소한 양식장을 대상으로 배합사료 혼합기 등 인력절감형 장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업계 전반에 나타난 현상인 만큼 장비 지원을 통한 문제 해결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농가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마늘 주산지인 서귀포시 대정읍 지역은 파종 시기가 지났지만 농가의 절반 정도가 파종을 못 한 상태다.

마늘은 생산비 중 인건비 비율이 40%에 이를 정도로 파종과 수확 작업에 많은 인력이 소요되는 작목이다.

통상 9월 추석 전 2~3주간 집중적으로 파종을 하고 지금은 발아된 싹에 물을 줘야 하는 시기이지만 인력을 구하지 못해 적지 않은 농가가 파종 시기를 놓치지고 있다.

일손 부족으로 인건비도 20% 가량 올라 농가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월동 작물인 양배추, 브로콜리 농가도 비슷한 상황이다.

올해 도내에서는 농가 40여곳이 외국인 계절노동자 100여명을 신청했으나 한 명도 들어오지 못 했다.

특히 제주는 농가 고령화가 심각해 입국 제한에 따른 인력난을 더 크게 체감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제주는 농어가 고령화 비율이 높아 일손 부족에 따른 타격이 더 크다”며 “장비 임대 등 다양한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호남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지역 농가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9%로 나타났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