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대장동 개발 의혹’ 수사의 쟁점은 화천대유 등 민간이 거액의 수익을 챙기는 과정에 외부 개입 등 비리가 있었는지 여부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시장 재직 당시 개발사업이 진행됐던 만큼 화천대유 선정 과정 등에 이 지사가 개입했는지도 관건이다. 검찰은 개발 수익 자금 일부가 전직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 등에게 전달됐다는 내용의 녹취록도 확보해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화천대유 등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5호 소유자 정영학 회계사 측이 제출한 녹취록 10여개에 대한 분석에 돌입했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사업을 지휘했던 핵심 ‘키맨’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주변 인물들의 연결고리도 주목하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성남도시개발공사 투자사업팀장을 지냈던 정민용 변호사와 함께 유원홀딩스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에 제출된 녹취록에는 유원홀딩스가 개발 수익을 세탁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라는 취지의 대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유원홀딩스도 압수수색했지만 사무실은 이미 비어 있었다. 검찰은 녹취록 내용의 신빙성 여부를 따져볼 계획이다.
검찰은 개발사업에 투자한 천화동인 4호 실소유주 남욱 변호사와 정 변호사, 유 전 본부장 간 관계도 파악할 계획이다. 유원홀딩스 지분은 정 변호사가 보유하고 있다. 정 변호사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유원’은 유 전 본부장을 지칭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과거 언론에선 유 전 본부장을 삼국지에 빗대 ‘이재명의 장비’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다만 이 지사 측은 유 전 본부장은 측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남 변호사는 앞서 대학 후배인 정 변호사에게 성남도시개발공사 입사를 소개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 변호사는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이다.
검찰은 핵심 관계인들의 역할 및 개발사업이 설계된 경위 파악에 주력할 계획이다. 당시 대장동 개발사업의 리스크가 어느 정도였는지, 민간이 막대한 배당 수익을 거둔 배경이 무엇인지 등이 규명 대상이다. 이 지사는 검찰에 배임 의혹으로도 고발된 상태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민간이 막대한 이익을 보는 것이 사실상 확정적이었고 성남도시개발공사 측이 이를 알고도 고의적으로 이익을 몰아주는 식으로 구조를 설계했다면 사업 관계자들에게 배임 혐의가 성립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결국 당시 대장동 개발의 사업성 평가가 어땠는지 등을 검찰이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본다.
사업구조 설계 규명과 함께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는 ‘돈 잔치’의 성격 및 자금 종착지를 밝히는 것도 수사 쟁점이다. 검찰은 소규모 업체인 화천대유에 전직 검찰총장 및 전직 대법관 등 고위 법조인이 고문을 하게 된 경위와 이들의 역할도 확인해볼 계획이다. 곽상도 의원 아들에게는 50억원가량의 퇴직금이 지급됐고 박영수 전 특검 딸은 화천대유 소유분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검찰은 이례적으로 거액인 퇴직금에 대가성은 없었는지, 절차대로 퇴직금 지급 및 아파트 분양이 이뤄졌는지도 따져볼 방침이다. 정치권에서는 개발사업에 따라 50억원을 지급받기로 약속된 클럽이 있다는 설도 떠돌고 있다. 화천대유 측은 입장문을 통해 “몇몇 인사에게 50억원씩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나성원 구승은 이상헌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