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문제 한일 합의 당시 외무상으로 재직했던 기시다 후미오 전 정책조사회장이 자민당 신임 총재로 당선됐다. 그는 집권당 총재가 총리가 되는 일본 정치 구조상 내달 초 의회 선출 절차를 거쳐 총리로 정식 취임할 예정이다.
NHK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기시다 전 정조회장은 29일 도쿄의 한 호텔에서 실시한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257표를 획득해 27대 총재로 선출됐다. 국민적 인기가 높아 유력 후보로 점쳐졌던 고노 다로 행정개혁담당상은 170표로 2위에 그쳤다.
기시다 전 정조회장은 이달 30일 총재 임기를 마치는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뒤를 잇는 자민당 당수로 취임하며, 내달 4일 소집 예정인 임시 국회에서 제100대 일본 총리로 선출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총재선거 1차 투표에서 1위가 예상됐던 고노 담당상을 1표 차이로 앞섰다. 다만 과반 득표에는 미치지 못해 결선투표가 진행됐다.
1차 투표는 국회의원과 당원·당우의 비중이 각각 382표로 같지만 결선 투표는 국회의원(382표)의 영향력이 당원·당우(47표)보다 커진다. 이때문에 1차 투표에서 국회의원표를 고노 전 담당상보다 60표 많이 얻은 기시다 전 정조회장의 당선은 예상됐다.
코로나19 대처 미흡 등으로 스가 총리의 인기가 떨어진 이후 여론은 고노 전 담당상과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 등이 높은 지지율을 받았다.
특히 이들이 연대하면서 1차 투표에서 고노 전 담당상이 과반을 획득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기시다 전 정조회장은 안정감을 바탕으로 주요 파벌의 지지를 받으며 차기 총리 자리를 거머쥐었다.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외무상…온건파 성향
기시다 전 정조회장은 역사 문제에서 강경론으로 내달린 아베 정권 시절 약 4년 8개월 동안 외무상으로 재직했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2015년 한일 외교장관 합의의 당사자다.
이력을 고려하면,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한국이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 아베·스가 정권의 노선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임 총리 앞에 코로나19 대응과 중의원 총선거(11월) 등 과제가 산적한 만큼, 한일 관계에 당장 변화를 가져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시다 전 정조회장은 소프트파워를 활용한 외교 정책을 옹호하는 등 자민당 내 온건파로 분류된다. 한국과의 안보 협력 등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인물이다.
그가 이끄는 파벌 굉지회(국회의원 46명) 역시 상대적으로 국수주의, 평화헌법 개헌 등을 주요한 의제로 삼는 보수 방류와 달리 대미협력외교, 경제성장에 중점을 둔 보수 본류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갈등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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