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부실급식 논란을 없애려고 내놓은 ‘급식재료 경쟁입찰’에 대한 농축산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국방부는 지난 7월 학교급식 시스템을 벤치마킹한 장병급식 전자조달시스템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군납 농축수협 90여곳이 1년 단위 수의계약으로 식재료를 납품하는 체계에서 경쟁입찰로 바꾸는 것이 골자다.
이를 위해 올해 육군 2개, 해·공군 각 1개 등 4개 부대에서 경쟁 조달 체계를 통한 급식시스템을 시범 운영한 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확대·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농축산업계는 경쟁입찰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대기업과 경쟁해야 하고, 대자본의 저가 공략에 농민들은 군납에서 불리한 위치에 처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강원도내에선 지난해 900여개 농가가 19개 농축수협을 통해 3만2000t 가량의 농·축·수산물을 국방부에 납품했다. 금액으로는 1640억원 규모다.
전국 축산물‧농산물 군납조합협의회는 29일 성명서를 통해 “군 급식 부실의 주요 원인은 군 조리 시스템과 배식 관리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국방부는 경쟁입찰 전환이 장병들을 위한 제도 개선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경쟁입찰이 도입되면 저가경쟁으로 인해 품질이 저하되고, 수입산의 공급이 대폭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육군 모 사단이 지난 8일 입찰공고를 낸 현품설명서 품목을 보면 39개 축산물 중 11개 제품을 외국산으로 명시했다. 돼지고기 목심은 스페인, 삼겹살은 스페인과 프랑스, 쇠고기 고명 호주, 소고기 정육 호주 등 축산물의 부위별 수입국까지 직접 지정하기도 했다. 조달체계가 경쟁체계로 바뀌면 값싼 외국산 농축산물이 대규모로 군납 될 것이라는 농업계의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다.
국방부가 경쟁입찰을 도입하기 이전에는 농·축협을 통해 농민들이 생산한 국내 농축산물 위주로 급식재료가 납품됐다.
전국 축산물‧농산물 군납조합협의회는 이날 국방부에 건의문을 전달하고 농축협 관리를 통한 계획생산 체제를 유지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경쟁 체계 도입 시 농가 보호와 부대 인근 농축산물 사용을 위해 민간을 제외한 농축협 간 제한 경쟁을 도입해 줄 것을 건의했다.
이중호 춘천철원화천양구축협 조합장은 “농축산물의 군납은 일반 급식의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며 “장병들의 건강과 군납 농가들의 생존권 보호를 위해서라도 현재와 같이 농축협과의 수의계약 방식이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