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선 아티스트, 한국은 범법자” 타투 4번째 헌법소원

입력 2021-09-28 09:51
임보란 대한문신사중앙회 이사장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대법원에 계류 중인 문신의 의료법 위반 무죄 선고를 촉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문신사(타투이스트)들이 문신 시술 행위를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하는 것은 위반이라며 4번째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문신사들은 이번 헌법소원에서 “사법당국이 단순히 문신 시술 행위를 의료행위로 볼 것인지 따져볼 뿐 정부가 법·제도적인 틀 안으로 문신사들을 편입시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기본권 침해”라는 주장을 새롭게 내놨다.

대한문신사중앙회는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125명이 참여한 집단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임보란 대한문신사중앙회 이사장은 “정부와 국회의 무관심과 의지 부족에 실망했고 이에 다시 헌법소원을 청구하게 됐다”며 설명했다.

문신사들은 의료법 27조(무면허 의료행위 금지) 내용이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이 조항은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사법부는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라 보고 의사만 할 수 있도록 판단해왔다. 1992년 대법원 판례에서도 “문신 작업자가 진피를 건드릴 위험성이 있고, 문신용 침의 사용 방법에 따라 질병을 전염시킬 우려가 있다”며 비의료인의 문신 행위에 대해 불법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문신사들은 문신을 의료행위로 보는 판단은 1992년 당시 부정적 정서 탓에 만들어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날 제출된 헌법소원심판청구에서 문신사들은 “국민 입장에서 문신은 질병 예방 또는 치료행위도 아니고 의료인이 해야 하는 행위라고 인식되지 않는다”며 “의료행위의 정의도 불분명해 적용 범위를 광범위하게 두는 것은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헌법소원에서는 문신사라는 직업을 제도적인 틀에서 관리할 별도 법률을 정부와 입법부가 만들지 않는 것은 기본권 침해라는 점이 새로 강조됐다. 문신사들은 “현재 합법적으로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등 ‘직업선택의 자유’라는 기본권 침해를 받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문신사들을 대리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법무법인 인사이트 손익곤 변호사는 “문신을 잘못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수도 있지만 의사면허를 취득할 정도의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이 필요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의사 면허보다 낮은 수준의 의료기술 자격을 도입해 허용할 수 있는데도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앞서 대한문신사중앙회는 2017년과 2019년, 2020년 헌법소원을 낸 바 있다. 그러나 세 차례의 헌법소원은 헌재 전원재판부에 회부된 이후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다만 1·2차 헌법소원의 경우 “문신의 개념과 정의를 자세히 풀어달라”는 헌재의 보완 명령이 내려지면서 이전보다 세밀한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또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가 지난해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보고 처벌하는 것은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문신 의료법 위반 행위에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 점도 긍정적이라고 문신사 측은 보고 있다. 손 변호사는 “헌법소원을 단순 기각하려 했다면 보완 명령조차 내려오지 않았을텐데 문신사들의 요구를 자세히 들여다보려는 움직임 같아 고무적”이라며 “일본의 판례가 추가로 나오면서 한국은 문신 시술이 의료행위가 된 유일한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