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체 쏜 北, 유엔총회서 “군사훈련 영구 중단하면 화답”

입력 2021-09-28 08:25 수정 2021-09-28 08:45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가 27일(현지시간) 미국을 향해 대북 적대시 정책을 포기할 것을 촉구했다. 또 한반도 주변의 합동군사연습과 전략무기 투입을 영구 중지하면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김 대사 발언은 북한이 동해상에 미확인 발사체를 발사한 날 나왔다.

김 대사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제76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에서 “미국 정부가 진정으로 조선의 평화와 화해를 바란다면 조선반도와 그 주변에서 합동군사연습과 전략 무기 투입을 영구 중지하는 것으로부터 대조선 적대정책 포기의 첫걸음을 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조선전쟁이 70년이나 종결되지 않은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며 “항시적 긴장과 대립의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하는 근원은 미국의 대조선 적대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사는 특히 “미국 행정부는 적대적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말이 아니라 실천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조선에 대한 이중 기준을 철회하는 용단을 보이면 기꺼이 화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김 대사는 “미국이 현 단계에서 적대정책을 철회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 판단”이라고 했다. 또 “우리는 사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정부가 군사동맹과 같은 냉전의 유물을 가지고 우리를 위협한다면 정말 재미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김 대사는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했다고 거론하며 “우리가 핵을 가져서 미국이 적대시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최대 핵보유국인 미국이 우리를 적대시해 우리가 핵을 갖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사는 “북한에는 외국 군대가 없지만, 남조선에는 미국이 주둔하며 항시적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남조선 당국이 미국의 묵인하에 첨단무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전쟁 장비를 반입하는 것도 조선반도의 균형을 깨뜨리는 위험천만한 행위”라고 말했다.

김 대사는 “우리는 침략을 막을 자위적 권리가 있고, 강력한 공격수단도 있지만, 누구를 겨냥해 쓰고 싶지 않다”며 “미국이나 남조선 등 주변 국가의 안전을 절대 침해하거나 위태롭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이날 동해상으로 미상의 발사체를 발사했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지 13일 만으로, 올해 들어서만 여섯 번째 무력시위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