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에서 살인사건이 전년보다 3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연방수사국(FBI)이 1960년대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 혼란, 인종증오범죄,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증가한 경찰권 신뢰 저하 문제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FBI가 27일(현지시간) 발표한 2020년 범죄 리포트를 보면 지난해 살인 사건은 2만1570건으로 2019년 1만6669건보다 4901건(29.4%) 증가했다. 살인 사건은 여름철 증가하기 시작해 6월과 7월 고점을 찍었고, 이후에도 감소하지 않고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살인 사건은 인구 25만~100만 명 규모의 대도시와 인구 1만~2만5000명 사이의 소도시 모두에서 기록적인 증가를 나타냈다. 범죄 통계 전문가 제프 어셔는 “대도시나 소도시 모두에서 30%가량 증가했다. (수치상으로는) 소도시에서 증가폭이 조금 더 높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인구 10만 명당 살인율은 6.5명으로, 살인 범죄가 가장 심각했던 1990년대 초(10만 명당 9.8명)보다는 낮다.
워싱턴포스트(WP)는 “범죄학자나 경찰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 및 치안 변화, 총기 판매 증가 등으로 인해 살인 사건이 급증한 것인지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살인 사건 약 76%가 총기에 의해 발생했다. 살인 피해자 3명 중 2명 이상이 총으로 죽은 셈이다. 어셔는 “총기로 인한 살인 사건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그 비중이 75%를 넘어선 건 지난해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2019년 총기 범죄는 살인 사건 비중의 73% 였다.
총기 휴대가 자유로운 텍사스주의 휴스턴에서는 총기 살인이 343건으로 전년 221건보다 55% 증가했다. 지난해 휴스턴 지역은 약 400건가량의 살인이 발생했다. 살인 사건의 85% 이상이 총기 범죄였던 셈이다.
미국 총기 관련 범죄를 추적하는 비영리 단체 ‘총기 폭력 기록 보관소’(GVA)에 따르면 2020년 총기 사망자는 4만3559명으로 2019년 3만9538명보다 4021명 늘었다.
저스틴 닉스 네브래스카 대학 범죄학 부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조지 플로이드 살해 사건으로 인한 경찰력 정당성 위기를 살인 사건의 유력한 원인으로 꼽았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인해 사람들이 경찰을 덜 신뢰하게 됐다는 것이다.
닉스 부교수는 “공공장소에서 더 많은 사람이 총을 소지하고 사용해, 더 많은 살인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존스홉킨스대 총기폭력예방정책센터 다니엘 웹스터 소장은 “지난해 경찰서는 코로나19로 인력 부족을 겪었다. 또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이 총을 더 소지하게 된 환경 역시 범죄 (증가) 경향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살인과 폭행, 강도, 강간 등 전체 폭력 범죄는 인구 10만 명당 387.8건으로 전년보다 5.2% 증가했다. 강력범죄 건수가 전년도보다 증가한 건 4년 만에 처음이다. 폭력 사건에 연루된 범죄자와 피해자는 20대가 가장 많았다.
FBI는 “지난해 127만7696건의 강력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과 비교했을 때 절도 범죄는 9.3% 감소했고, 강간 범죄는 12.0%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재산범죄는 645만2038건으로 추산됐다. 인구 10만 명당 재산범죄율은 1958.2건으로 전년보다 8.1% 감소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