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지산유원지 활성화 장기간 헛바퀴…20년 넘게 개발 안돼

입력 2021-09-27 16:45

1970년대와 80년대 광주시민들의 나들이 장소로 각광 받은 지산유원지 활성화 방안이 장기간 헛돌고 있다. 시민들의 추억이 서린 도심 명소가 20년 넘게 개발의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

광주시는 27일 동구 지산유원지 일원에서 ‘현장 경청의 날’ 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서 주민들은 지산유원지와 가까운 국립 아시아 문화전당·동명동·양림동과 연계한 문화관광 개발사업 추진을 제안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주민은 “개발 사업시행자가 법적 절차 문제로 유원지 시설에 대한 공공의 이익 추구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며 “지산유원지를 광주시에서 직접 공공주도 방식으로 개발해달라”고 건의했다.

행사에서는 지산유원지와 인접한 신양파크호텔 공유화 부지 활용방안,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중심으로 한 구도심의 새로운 문화관광권 개발추진 제안도 잇따라 나왔다. 카페거리로 자리잡은 동명동, 기독교 유족과 ’펭귄마을’로 잘 알려진 양림동과 연계한 문화관광 프로젝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산유원지 개발사업은 절차에 하자가 있다며 광주시의 사업시행자 지정이 무효라고 법원이 판결하면서 원점을 맴돌고 있다.

광주지법 행정2부는 지난해 9월 사업부지 내 토지소유자가 광주시를 상대로 제기한 도시계획시설 사업시행자 지정 취소소송에서 광주시가 사업시행자를 나경인터내셔널로 지정한 것은 무효라고 원고 승소판결을 했다.

토지 소유자 절반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했는데도 사업시행자로 지정한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법원이 사업시행자 지정을 무효화하면서 시는 사업시행자를 다시 지정해야 되지만 이마저 여러 사정으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나경인터내셔널과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지산유원지는 1976년 광주 최초의 유원지 시설로 지정된 뒤 1978년 4월 개장했다. 1970~1980년대 청소년들의 소풍, 수학여행, 신혼여행지 등으로 지역민들이 자주 찾던 관광명소다.

1994년 지산유원지 사업자 부도 이후 시설 노후화 등으로 현재는 리프트카, 모노레일, 호텔 운영을 제외한 유원지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이에 따라 주변 상권이 침체돼 지산동 등 인근 상인회를 중심으로 지산유원지의 활성화 대책을 요구하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현장 경청의 날 행사에서는 하반기 제2순환도로 지산IC 진출로 개통과 관련해 인근 도로 교통정체 해소를 위해 시행 중인 지산IC 진출로~조선대 사범대 도로개설 공사의 조기 준공을 바라는 시민들의 건의도 이어졌다.

광주시는 신양파크호텔 부지 개발과 관련, 지난 2월 ‘무등산 난개발 방지 민·관·정협의회’를 통해 예산투입을 통한 ‘공유화’를 추진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향후 부지 활용에 대해서는 시민과의 소통을 통해 다양한 방안 모색해 공익적 가치를 최대화함으로써 더 많은 시민들이 찾고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임택 동구청장, 서정훈 시민권익위원장, 지방의원들이 참석해 주민 의견을 들었다.

이용섭 시장은 “현장을 둘러보니 많은 시민들에게 추억의 장소였던 지산유원지가 낡고 노쇠한 모습으로 세월의 흔적을 안고 있어 마음이 무겁다”며 “지산유원지가 다시 예전처럼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휴식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살피겠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