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 “작계 5015 발동”…尹 말문 막힌 질문들

입력 2021-09-27 04:59 수정 2021-09-27 10:00
국민의힘 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왼쪽 사진)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이 26일 세 번째 TV토론에서 각종 현안을 놓고 격돌했다. 두 후보는 한목소리로 ‘대장동 의혹’을 규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싸고 날 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두 후보는 대장동 의혹을 ‘이재명 게이트’로 규정하고 특검 도입에 찬성했다. 윤 전 총장은 “저는 민주당 정권이 내로남불의 이권 카르텔이자 국민 약탈정권이라 했다”며 “화천대유를 통해 그 전형을 보고 계신다”고 했다. 이어 “당장 대규모 특검팀을 꾸려야 한다. 2016년 말(최순실 특검)처럼 반드시 해야 한다. 배임에 대한 강한 심증이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여당의 대장동 비리와 야당의 고발 사주가 섞여서 역사상 유례없는 비리 대선으로 가고 있다. 여야 구별하지 않고 이 모든 비리를 반드시 척결하겠다”며 윤 전 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까지 싸잡아 비판했다.

홍 의원이 윤 전 총장 책임론을 넌지시 거론하자 윤 전 총장은 발끈하기도 했다. 홍 의원은 “총장 시절 범죄정보과를 통해서 첩보를 받지 않았나”라며 대장동 의혹을 사전에 인지했는지 캐묻자, 윤 전 총장은 “전혀 받지 않았다. 범죄정보 활동을 일선에서 인지 수사할 때 허락해주는 자체에 중점을 뒀다. 후보님이 검사하실 때 말씀인 거 같다”고 응수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처벌을 둘러싼 공방은 이날 토론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다. 유승민 전 의원은 먼저 “우리 윤 후보가 검찰에 계실 때 박 대통령에게 토털 징역 45년을 구형했다”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은 이에 “검찰 구형도 양형 기준표에 따라 구간이 있다”며 “거기에 따라 구형하게 돼 있다. 기계적으로 나누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유 전 의원이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입장을 묻자 “개인적으로 이 정도 고생하셨으면 댁에 돌아가게 해드려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안상수 전 의원이 화천대유 고문을 지낸 박영수 전 특검을 가리켜 “시궁창 같은 데서 밥풀 주워 먹는 쥐새끼 같은 사람”이라며 “범죄자가 박 전 대통령에게 45년을 구형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고 하자 유 전 의원은 다시 윤 전 총장을 겨냥했다. 유 전 의원이 “우리나라 판검사들이 이렇게 더럽게 썩었나 싶다. 45년 구형의 핵심적 역할을 한 분은 윤 전 총장 아닌가”라고 반문한 것이다. 이에 윤 전 총장은 “일반적인 판검사를 지칭해서 그렇게 말씀하시면 적절하지 않다. 유 후보도 부친과 형님이 다 법관 출신 변호사 아닌가”라고 반발했다.

유 전 의원은 홍 의원을 향해서도 “박 전 대통령이 춘향이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향단이었다고 했다”며 “허접하고 단순한 여자였다고도 했다”고 각을 세웠다. 홍 의원은 “향단이는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했다는 뜻이었고, 두 번째 말은 (박 전 대통령이 아닌) 최순실을 보고 한 말이었다”고 해명했다.

경쟁 후보를 겨냥한 급소 찌르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윤 전 총장과 홍 의원 사이 설전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에게 “(전시 대북 군사작전인) 작계 5015가 발동되면 대통령으로서 뭘 해야 하나”라고 질문하며 안보 전문성 검증을 시도했다.

윤 전 총장이 즉답을 못하고 “글쎄요, 한번 설명해주시죠”라고 얼버무리자 홍 의원은 “작계 5015 안다고 했지 않나”라고 추궁했다. 윤 전 총장이 “남침이라든가 비상시에 발동되는 것 아닌가”라고 하자 홍 의원은 “작계 5015는 전시 상황에서 한미연합사령부의 대북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이 작계 5015 발동 시 “일단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겠다”고 하자 “이미 미국 대통령과는 협의가 끝난 것”이라며 “대통령은 전쟁을 할지 말지 결심하고 대국민 발표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홍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대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를 두고 윤 전 총장이 “언제 했나”라고 반응하자 “모르면 넘어가겠다고 했다. 대통령 되시려면 공부를 조금 더 해야겠다”고 비꼬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은 ‘민주당에서 가장 만만한 사람이 윤 후보라는 여론조사가 있다’는 홍 의원의 주장에 “그걸 많이 홍보하시는 모양인데, 알아서 쓰시라.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렇게 만만하면 이렇게 저를 공격하겠나. 정치는 국민을 잘 먹고살게 하는 것이다. 진정한 헌법적 대통령제로 대통령 개혁을 반드시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