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사업’ 하이 리스크? 2015년엔 “무(無) 리스크 목표”

입력 2021-09-26 17:42
지난 24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받는 화천대유자산관리 사무실 입구 모습. 연합뉴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2015년 2월 성남 대장동 도시개발사업 민간사업자를 공모하기 직전 “부동산 시장이 서서히 온기가 올라온다”며 “무(無) 리스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자 지정 뒤인 2016년 10월에는 “리스크가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고 공언했다. ‘관(官)’의 위험은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발언이지만 사업 초기부터 사업성이 나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민간 개인투자자들이 큰 이익을 낸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을 둘러싼 가장 큰 의문이자 쟁점은 “과연 고수익을 예상했느냐”는 것이다. 이재명 경기지사 측은 높은 위험부담을 감수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반면 2014년 이후 남판교 지역의 공영개발은 가격 폭등을 예상할 만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전국철거민협의회(전철협)는 이 지사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하면서 “2015년에는 대장동 개발 사업에 손만 대면 떼돈을 번다는 것은 예상하고도 남았다”고 주장했다.

26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15년 2월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 A씨는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에서 “저희들은 무 리스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대장지구 사업이 잘못됐을 때 성남도시개발공사 측 출자금이 어떻게 되느냐는 질의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는 “아파트 분양 등은 현 시점에서 보면 우려가 없다”며 “최상의 사업이 되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당시 시의회에 제출된 용역보고서에서는 사업의 B/C(비용편익비율), 내부수익률, 타당성,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이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됐다고 한다. 화천대유가 참여한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고 ‘성남의뜰’이 사업자가 된 이후인 2016년 10월에도 비슷한 전망이 있었다. A씨는 당시 도시건설위원회에서 “리스크 있는 사업을 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해당 발언은 성남도시개발공사 측이 공공 분야에서의 위험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나왔다. 동시에 대장동 사업 전반이 큰 위험을 내포한 사업이 아니었음을 방증한다는 의미도 된다. 이기인 성남시의회 의원은 “지금 나오는 말처럼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사업이었다면 도시개발공사의 당시 발언은 달랐을 것”이라고 했다. 금융 및 부동산 피해자들을 자문하는 한 변호사는 “토지를 강제수용한 뒤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는 사업이며 성남시가 인허가 권한을 갖는데, 어떤 리스크가 있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전철협의 이 지사 고발장에는 이 지사가 2018년 1월 페이스북에서 “판교와 분당 사이 노른자땅 대장동 전답 30만평”이라고 쓴 것도 담겼다. 아파트값이 상승세로 돌아섰던 2015년의 부동산 시장 현황, 예상수익률이 높은 남판교 지역이라는 부분 등도 사업 리스크가 적었다는 주장의 근거로 제시됐다.

이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 판결문 일부도 고발장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가 수사기관에서 “2017년 3월쯤에는 성남시가 개발이익금 5503억원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은 시점이었고 2018년 2월쯤에는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대장동 도시개발사업이 실패할 확률은 거의 사라진 상태였다”고 진술한 부분이다. 전철협 이호승 상임대표는 “600만원의 땅을 250만~300만원에 수용당한 대장동 원주민이 피해자”라며 “이것은 당리당략을 떠난 부동산 적폐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