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에 떠나는 메르켈…獨 ‘좌향좌’할까

입력 2021-09-25 04:32
지난 7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국회를 나서는 모습. AP뉴시스

유럽을 이끄는 독일의 연방하원 총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시대 역시 16년 만에 끝난다. 메르켈 총리는 이번 임기를 끝으로 정계에서 은퇴한다.

퇴임을 앞둔 메르켈 총리의 인기는 높지만 ‘포스트 메르켈’ 경쟁에서는 중도좌파 사민당이 소폭 앞서고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노르웨이에서 8년 만에 진보 정권이 들어선 데 이어, 독일에서도 중도좌파 연합이 선전할지 주목되고 있다.

2~3%포인트 우세 사민당 ‘16년 만의 정권 탈환’ 가능성↑
아날레나 베어보크 녹색당 총리 후보, 올라프 숄츠 사민당 총리 후보, 아르민 라셰트 기민·기사 연합 총리 후보(왼쪽부터) AP뉴시스

오는 26일 독일에서는 연방하원 선거가 오는 26일 열린다. 독일은 의원내각제 국가이기 때문에 연방하원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이 보통 정권을 잡는다.

현재까지 추세에서는 사민당이 유리한 상황이다.

지난 23일 발표된 주간 슈피겔의 마지막 총선 여론조사에서 사민당은 25%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메르켈 총리의 소속 정당인 중도우파 기민·기사 연합은 2%포인트 뒤진 23%에 그쳤다.

녹색당은 16%, 자유민주당은 12%, 극우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10%, 좌파당은 5%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지난 22일 여론조사기구 인사(INSA)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사민당이 26%를 얻어 기민·기사 연합(22%)에 4%포인트 앞섰다.

최근 실시된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사민당은 대부분 2~3%포인트 차이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라셰트 실책 할 때, 숄츠 ‘메르켈 후계자’ 이미지 굳혀
지난 7월 독일 홍수 현장에서 웃는 모습이 찍힌 아르민 라셰트 대표의 모습. AP뉴시스

무려 16년을 집권한 기민·기사 연합이 사민당에 밀리는 가장 큰 원인은 총리 후보에 있다. 기민·기사 연합은 2018년 메르켈 총리가 연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후 후계자를 두고 여러 차례 내홍을 겪었다.

원래 지난 2018년 12월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국방장관이 차기 총리 후보로 유력했지만, 그는 극우정당 AfD와 협력을 방조했다가 결국 지난해 당 대표직을 내려놓았다.

이후 코로나19로 연기된 올해 초 전당대회에서 아르민 라셰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총리가 당 대표직에 올랐다. 하지만 그는 지난 7월 독일 서부 홍수 피해 현장에서 웃는 모습을 보이는 등 실책을 거듭했다. 이 사이 사민당에게 지지율 선두를 내줬다.

지난 4월 내각회의에 참여한 올라프 숄츠 부총리 겸 재무장관과 앙겔라 메르켈 총리(왼쪽부터). AP뉴시스

동료 의원에게 ‘따분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특별한 매력은 없다고 평가받던 올라프 숄츠 사민당 대표는 라셰트 대표가 실책을 저지르는 사이 이를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기회로 활용했다.

숄츠 대표는 현재 대연정을 통해 메르켈 내각에 부총리 겸 재무장관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여전히 개인적 인기는 높은 메르켈의 후계자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사민당의 한 의원은 워싱턴포스트(WP)에 “숄츠는 합리적이고 안정적이며, 따분하다”면서 “이것이 숄츠를 메르켈과 매우 비슷하게 보이도록 한다”고 평가했다.

연정은 불가피…사민·자민·녹색당 선호도 높아
독일 베를린의 한 거리에 아르민 라셰트와 올라프 숄츠 후보의 광고판이 함께 서있는 모습. AP뉴시스

다만 독일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하원 과반을 단독으로 확보한 정당이 없다는 점과 현재 사민당과 기민·기사 연합의 지지율 차이 등을 고려하면 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폴리티코는 기민·기사연합과 녹색당의 연합을 제외하면 대부분 주요 정당의 연정으로 과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사민당과 기민·기사연합의 대연정의 경우에는 이번에는 두 정당 모두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다.

사민당이 집권할 시에는 사민·좌파·녹색당 또는 사민·자민·녹색당이, 기민·기사연합이 집권할 경우에는 자민·녹색당과의 연정이 선택지로 거론된다. 특히 사민당과 녹색당은 지난 98년부터 2005년까지 연정을 꾸렸던 적이 있기도 하다.

폴리티코가 예상한 연정 시나리오. 폴리티코 캡처

슈피겔 여론조사에서 사민·자민·녹색당 연정에 대한 선호도는 57%, 사민·좌파·녹색당 연정에 대한 선호도는 52%로 조사됐다.

기민·기사연합과 자민·녹색당 간 연정에 대한 선호도도 53%로 높게 나왔다.

지난 2017년 총선 이후에는 기민·기사당이 녹색당, 자민당과의 연정을 추진하다가 불발됐고 결국 사민당과의 대연정을 이뤘다. 이렇게 새 정부가 출범할 때까지 약 5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이번 총선에서도 각 정당 간 득표율, 의석수 차이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 연정 협상이 장기화되면, 메르켈 총리가 올해 말까지 총리직을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