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유엔총회 연설하고 싶다”…성사될까 주목

입력 2021-09-23 18:47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 76회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탈환한 탈레반이 현재 미국 뉴욕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UN)총회에서 연설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22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현재 미국 뉴욕에서 진행 중인 제76차 유엔총회 마지막 날인 27일 아프간 대표가 마지막 연사로 명단에 올라있다. 문제는 탈레반이 아프간을 재집권하면서 기존 아프간 유엔 대사를 축출했다는 점이다.

때문에 예정된 연설을 아프간의 기존 유엔 대사인 굴람 이사크자이가 진행할 것인지, 탈레반이 재집권 후 새로 내세운 대사가 진행할 지에 국제 사회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탈레반이 내세운 대사가 아프간 대표로 연설을 하게 된다면 국제사회가 탈레반을 과도 정부로 인정한다는 의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탈레반은 유엔(UN)에 서한을 보내 “굴람 이사크자이는 더이상 아프간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탈레반은 새 유엔 주재 아프간 대사로 카타르 도하에서 대변인 역할을 맡고 있는 수하일 샤힌을 지명했다. 탈레반은 27일 아프간 대표에게 주어진 고위급 회의 마지막 연설을 수하일 샤힌이 하길 원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탈레반의 이 같은 요청이 받아들여지려면 미국, 중국, 러시아, 바하마, 부탄, 칠레, 나미비아, 시에라리온, 스웨덴 9개 국가로 구성된 유엔의 자격 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모니카 그레이리 유엔총회 의장 대변인은 “오직 위원회만이 언제 만나 해당 사항을 논의할지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BBC통신은 자격 심사위원회 회의가 올해 총회가 마무리되는 다음 주 월요일, 즉 아프간 연설이 예정된 27일 전에 열리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경우 기존 대사인 굴람 이사크자이가 계속 아프간 대사 역할을 하게 된다.

과거 탈레반이 1996년에서 2001년까지 아프간을 집권했을 당시에도 유엔 자격심사 위원회는 대사 교체 요청에 대한 심사를 계속 미루며 탈레반을 정부로 인정하는 것을 피했다.

아프간 탈레반 정권의 아미르 칸 무타키 외교부 장관이 14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인도적 차원의 국제 지원을 요청했다.

탈레반은 전쟁으로 피폐해진 나라의 재건을 위해 국제적 인정과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21일 유엔 총회에서는 타밈 빈 하마드 알 타니 카타르 국왕이 나서 탈레반과의 협력을 촉구하며 “탈레반을 보이콧하는 건 분열과 반발을 불러일으킬 뿐이지만 대화로는 결실을 맺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일각에서는 탈레반이 집권 이후 여성들의 학교·직장활동을 제한하는 등 여성 인권을 침해하는 상황에서 탈레반 정부 인정을 아프간 인권보장을 위한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유엔이 탈레반을 정부로 인정하는 것은 큰 딜레마다. 탈레반 정부 구성원의 상당수가 유엔의 소위 국제 테러 관련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제경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