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이 ‘대한민국 아동학대, 8년의 기록’ 온라인 아카이브를 23일 공개했다. 2013년부터 2021년까지 일어난 주요 아동학대 사건과 시민사회단체의 활동, 정부 대책 등을 정리한 아카이브다.
세이브더칠드런 측은 아카이브에 대해 “학대 가해자와 폭력의 잔혹성에 초점을 맞추는 기존의 관점에서 벗어나 아동학대의 근본 원인이 되는 문제를 중점으로 다룬다”고 설명했다.
아카이브에 따르면 2014년 이후 217명의 아이들이 아동학대로 숨졌다. 2014년 사망 아동은 14명, 2020년 사망 아동은 43명으로 사망 아동 수는 증가세를 보였다.
아동학대 발생 건수도 2014년과 비교해 대폭 늘었다. 2020년 아동학대 발생 건수는 3만905건으로 2014년(1만27건)과 비교해 3배 이상 늘었다. 하루 평균 85명의 아이들이 아동학대로 고통 받는 셈이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늘어나는 아동학대 사건의 원인으로 미흡한 아동보호체계를 지적했다. 아동학대 사건 지원 인력과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며 출생등록 의무화, 보편적 형태 가정 방문 서비스 등 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도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학대 이후 아동 상담이나 학대자에 대한 교육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과 국가 차원의 진상조사가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다는 것도 보완해야 할 점으로 꼽았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아카이브를 통해 2013년 울주 아동학대 사망사건부터 2021년 화성 아동학대 사망사건까지 13건의 주요 아동학대 사례를 소개했다.
울주 아동학대 사망사건은 2013년 10월 계모 박씨가 “친구들과 소풍을 가고 싶다”는 딸의 머리와 가슴을 주먹과 발로 마구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이다. 이를 계기로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됐으나 아동보호전문기관 확충이나 예산 배정 등의 주요 사항이 포함되지 못했다.
화성 아동학대 사망사건은 2021년 7월 입양된 아이가 부모의 폭행에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사망한 사건이다. 2020년 10월 정인이 사건으로 아동학대와 입양 아동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여러 차례 이뤄진 후에도 비극이 반복된 것이다.
정태영 세이브더칠드런 총장은 “반복되는 아동학대 사건을 접할 때마다 지켜주지 못한 어른으로서 크게 달라지지 않는 정부 대책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며 “우리는 아이들의 무고한 죽음을 끊임없이 현재로 불러내고 고통을 기억해 사회를 성찰하고 변화를 만드는 것까지가 어른으로서 해야 하는 최대한의 의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전했다.
김미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