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외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기업 투자로 국내에 핵심 원부자재 생산시설을 유치하고 영국으로부턴 화이자 백신 100만회분을 주고받을 예정이다. 다음 달 중에는 베트남에 100만회분 넘는 백신을 지원한다.
정부는 미국의 백신 원부자재 기업인 싸이티바로부터 국내에 일회용 세포 배양백 생산 시설을 마련한다는 내용의 투자신고서를 제출받았다고 22일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이번 투자는 5250만 달러(약 621억6000만원) 규모다. 실제 생산은 오는 2024년 이후 시작될 전망이다. 강도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은 “세포 배양백은 백신 제조에 꼭 필요한 소재로 세계적 수급난을 겪고 있다”며 “글로벌 공급망 개선에 기여함과 동시에 백신·바이오 원부자재 생산 공급 거점으로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미 백신 협력 협약 체결식에선 이 외에도 한·미 양국 기업 및 연구기관 간에 맺은 백신 관련 양해각서(MOU) 8건이 함께 발표됐다. 백신에 들어가는 면역 증강제 및 원부자재를 공급하거나 도입하고 백신을 공동 개발하거나 위탁 생산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번 협약은 지난 5월 합의한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의 연장선상에 있다.
백신 교환·지원도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이날 영국과 화이자 백신 100만회분 상호 공여 약정을 체결했다. 먼저 100만회분을 받은 다음 오는 12월 반환하는 게 골자다. 구체적 공급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오는 25일 이후로 전망된다. 해당 물량은 50대와 18~49세의 2차 접종에 쓰일 예정이다.
외국 정부에 백신을 지원하는 첫 사례도 나왔다. 다음 달 중 베트남에 최소 100만회분의 백신을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강 총괄조정관은 “베트남은 15만6000명의 재외국민과 9000여개의 우리 기업이 진출해 있는 신남방정책의 핵심 협력 대상”이라며 “공여 때문에 국내 백신 접종에 차질이 전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일련의 백신 협력이 올해 잔여 접종 일정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향후 수 년간 지속적으로 유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장기 대응엔 긍정적이라는 평이 나온다. 국내 인구 대비 1차 접종률은 이날 0시 기준 71.2%, 접종 완료율도 43.2%까지 올랐다. 국내 백신 재고(잔여량)는 1867만4000회분으로 집계됐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