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 무색한 남북 무기경쟁…北 본격 맞대응 우려 증폭

입력 2021-09-23 00:10
국방부는 지난 17일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발사 장면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종전선언 제안이 무색하게 남북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를 계기로 무기경쟁을 벌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이 남측의 SLBM뿐 아니라 미국의 SLBM 기술이전까지 비난하며 자신들의 핵무력 증강을 정당화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 때문에 북한이 국방력 강화를 명분으로 SLBM을 비롯한 각종 신형 미사일 시험발사를 잇달아 감행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대미 압박용이라는 분석이 여전히 많지만, 미사일 진화에 따라 실질적 위협으로 가해질 수 있는 점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남측의 SLBM 시험발사가 이뤄진 지난 1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쏜 북한은 이후 20일 조선중앙통신에 게재한 장창하 북한 국방과학원장의 글을 통해 “남조선이 공개한 수중발사탄도미사일은 초보적인 단계에 불과하다”며 남측의 SLBM 시험발사 성공을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남조선이 잠수함 무기체계 개발에 집착하는 속내를 주시해보고 있다”고 했다.

같은 날 북한 외무성 보도국 대외보도실장은 조선중앙통신과의 문답기사에서 미국의 SLBM 기술이전도 비난했다. 북한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파괴하고 연쇄적인 핵 군비경쟁을 유발시키는 위험천만한 행위”라며 자신들의 안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경우 상응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이 한·미 SLBM을 자국 무기개발 정당화에 활용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 횟수가 잦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은 작년 10월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과 지난 1월 8차 당 대회 열병식에서 각각 ‘북극성-4ㅅ’ ‘북극성-5ㅅ’ 등 신형 SLBM을 공개한 뒤 아직 시험발사를 하지 않았는데, 일각에선 남측 SLBM을 염두에 두고 더 강력하고 대형화한 ‘북극성-5ㅅ’을 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조선중앙TV가 16일 보도한 북한의 철도기동미사일연대 훈련 장면. 연합뉴스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이 대남·대미 압박용이라는 측면 외에 실제 위협이 높아지는 부분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엔 안보리 제재대상이 아니어서 ‘저강도 도발’로 인식되는 순항미사일만 해도 사거리가 점점 길어지는 등 기술이 발전하면서 방어를 더욱 어렵게 한다는 진단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22일 “장거리 순항미사일도 잠수함에서 쏘면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이 되는 것”이라며 “최근의 잇단 미사일 도발은 8차 당 대회에서 예고한 전략무기들이 하나씩 현실화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북한 무기에는 대부분 핵이 들어가기 때문에 우리의 무기개발과는 차이가 있다”며 “지금은 긴장을 야기하는 초기 단계로 보이고, 개발한 무기들을 순차적으로 꺼내며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은 유엔총회에서도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비공개 긴급회의를 열었던 유엔 안보리는 총회 기간 중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에서 관련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일 3국 외교장관도 이날 뉴욕에서 회의를 열고 한반도 문제 등을 논의한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