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릉 가리는 아파트 철거해야” 청원 5일 만에 10만명 동의

입력 2021-09-23 02:48 수정 2021-09-23 02:48
기사와 무관한 이미지.국민일보DB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조선왕릉을 가리는 아파트 단지를 철거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5일 만에 10만명 넘는 동의를 받았다.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김포장릉 인근에 문화재청 허가 없이 올라간 아파트의 철거를 촉구합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22일 오후 4시 기준으로 10만5811명의 동의를 받았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

경기도 김포시에 있는 장릉은 조선 제16대 임금인 인조가 부모인 원종과 인헌왕후를 모신 능이다. 사적 202호로 지정돼 있다. 인조대왕릉인 파주 장릉에서 봤을 때 계양산까지 일직선상에 놓여 있다. 그 경관의 가치를 인정받아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청원 글에서 문제 삼은 곳은 인천시 서구 검단신도시의 3400여 가구 규모 아파트 44개 동 가운데 문화재 반경 500m 안에 들어가는 19개 동이다. 해당 아파트들은 모두 꼭대기 층까지 골조가 완성됐다. 내년 입주 예정이다.

청원인은 “아파트는 김포 장릉~계양산의 가운데에 위치해 조경을 방해하고 있다. 아파트들이 그대로 그곳에 위치하게 된다면 문화유산 등재 기준을 충족한다고 보기 어려워져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심하게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해당 아파트들은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지 않고 지어진 건축물”이라면서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훼손하는 데 심의 없이 위법하게 지어졌으니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파트를 그대로 놔두고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로 남아 위와 같은 일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며 “장릉 쪽으로 200m 더 가까운 곳에 지은 ‘장릉삼성쉐르빌’ 아파트는 최대한 왕릉을 가리지 않도록 한쪽 방향으로 치우치도록 지어졌다. 좋은 선례가 있었음에도 나쁜 선례를 새로 남기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청원인은 “이미 분양이 이뤄져 분양자들에게 큰 피해가 갈 것이기에 이 청원을 작성하는 저도 마음이 무겁다”면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2019년에 아파트 사업계획 승인에 앞서 이런 사안을 검토하지 않은 지자체 및 건설사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금 한국문화는 전성기에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세계에서 인정한 우리 문화유산을 건설사 및 지자체들의 안일한 태도에 훼손되는 이러한 일이 지속된다면 과연 우리 문화가 계속해서 세계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우리 문화는 우리가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재청은 지난 6일 김포장릉 근처의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에 아파트를 짓는 대방건설·대광건영·금성백조 등 건설사 3곳을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문화재 반경 500m 안에 포함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서 아파트를 지으면서 사전심의를 받지 않은 혐의다.

건설사들은 2014년에 아파트 용지를 매각한 인천도시공사가 김포시로부터 택지개발을 위한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받아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문화재청은 토지매매와 관련 없이 아파트를 비롯한 건축물을 지을 때는 별도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문화재청은 건설사들로부터 개선안을 제출받아 다음 달에 재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승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