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인 영화 시각효과 ‘버츄얼 프로덕션’ 한국 도입”

입력 2021-09-22 09:12 수정 2021-09-22 13:00
스테판 트로얀스키 스캔라인 대표가 지난 1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지난해 코로나19로 영화 촬영현장이 셧다운돼 최악의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일거리를 만들기 위해 거꾸로 현장을 스튜디오로 가져왔죠. 우리는 위기 상황에서 만들어낸 혁신 기술로 성장했고, 그렇게 살아남은 기업에 대한 수요는 엄청 커질 것입니다.”

영화 터미네이터, 저스티스 리그, 스파이더 맨 등의 시각효과를 만든 스캔라인VFX의 스테판 트로얀스키(47) 대표는 지난 1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의 혁신적인 돌파구가 된 ‘버츄얼 프로덕션’을 소개했다. 스테판 대표는 “도시로, 숲으로, 사막으로 갈 수 없다면 실제 장소를 스튜디오로 가져와보자. 그래서 바닥부터 사방에 LED 판을 설치해 실제 풍경을 투영하고 카메라가 여러 앵글로 가상세계를 찍어내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버츄얼 프로덕션 기술을 메이저 4개 영화사에서 사용하고 있다”며 “이 기술 덕분에 스캔라인 임직원이 코로나 이전 700명에서 1050명으로 늘었고 슈퍼바이저(감독)도 30명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스테판 대표는 “벤쿠버 LA 뮌헨 런던 다음으로 한국에 버츄얼 프로덕션 기술을 도입하려고 한다”며 “한국이 메타버스(Metaverse) 분야에서 선구적인 주자여서 메타버스와 특수효과 기술이 결합되면 여러가지 많은 것이 새로 창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직원들의 기술 이해력과 빠른 학습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스테판 대표는 “한국 직원들은 기술 이해력이 좋고 학습능력이 뛰어나 버츄얼 프로덕션도 빨리 배운다”며 “한국에서 직접 개발된 기술들이 다른 글로벌 스튜디오에서 활용돼 단순한 스타트업이 아니라 글로벌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캔라인VFX의 주요 작품

현재 스캔라인은 영화 ‘아쿠아맨2’, 저스티스 리그 ‘더 플래시’, 마동석이 출연하는 마블 이터널스 프로젝트를 한국 스튜디오에서 진행하고 있다. 스테판 대표는 “서울시, 코트라와 협업할때 이전에 없던 신기술을 도입하자고 해서 소프트웨어 ‘플로라인’을 도입해 한국 직원들을 훈련시켰고 현재 활용하고 있다”며 “복잡한 시각효과를 만들어내려면 세분화된 부서들의 작업공정이 필요한데 그 방식으로 ‘파이프라인’을 한국에 도입해 더 발전시키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코로나 상황에서는 변화를 꾀하고, 혁신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작년 한해동안 스캔라인이 이룬 혁신이 30여년간 해온 것보다 많았다”며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이어 “위기 상황을 돌파할 새로운 기술이 있는가. 그런 관점에서 스캔라인은 솔루션이 있었고 클라이언트가 그 솔루션을 보고 찾아준 것”이라며 코로나 속 성장 비결을 설명했다.

인력채용 계획도 밝혔다. 스테판 대표는 “스튜디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작업 요청을 거부할 정도로 일거리가 많아 추가적인 인력이 절실하다”며 “오늘 당장 고용하고 싶을 정도”라고 했다. 스캔라인은 오는 10월 코트라가 주관하는 외국인투작업 채용박람회에서 소프트웨어 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다. 그는 “원래 한국 스튜디오 운영계획은 5년간 300명을 고용하는 것이었다. 코로나 상황에서 지난 2년반 동안 80명을 고용했는데 지금 성장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 전망이 좋다. 향후 2년 반동안 300명 이상 훌쩍 넘게 고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스테판 대표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성장 잠재력은 무한대여서 재능있는 인력이 늘 필요한 상황”이라며 “대학과 연계하거나 내부 트레이닝 교육기관을 통해 빠른 시일내 교육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 패스트트랙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성장에 유일한 장애는 교육”이라면서 “교육 문제만 해결되면 사람 채용하는데 지장이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 학생들에게 “대학에 가서 프로덕션, 애니메이션, CG(컴퓨터그래픽) 공부하면 임금도 좋고 양질의 일자리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스캔라인은 성비 50대 50으로 인력을 채용하기 때문에 여성들이 고임금을 받고 일할 수 있는 좋은 직장이고 재택근무도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스테판 대표는 영화, 음악 등 한국의 문화콘텐츠산업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영화 킹덤, 기생충 등을 언급하며 “전 세계인들이 한국 콘텐츠를 많이 소비하고 있고, 스토리를 좋아한다”며 “전체 영화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잘 평가받고 있고 한국 문화에 대한 인식이나 수요가 굉장히 큰 상황이다. 내 주변에서도 많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스테판 대표는 포스트코로나 시대 콘텐츠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을 전망했다. 그는 “붐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 중 하나가 코로나로 인해 집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도록 강제됐고 코로나 이후에도 이런 습관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옛날처럼 영화관에 가서 보고 싶은 욕구도 있기 때문에 집에서 소비하는 것과 영화관에서 관람하는 수요가 동시에 창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1989년 독일 뮌헨에서 설립된 스캔라인은 전 세계 7개 지역에 스튜디오를 보유한 글로벌 회사다. 2019년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산업통상자원부와 서울시의 외국인투자유치 계획에 따라 서울 상암DMC에 스튜디오를 개설했다.

스캔라인은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와 같은 대작 재난영화에서 불, 연기, 물 등의 자연현상 특수 효과 제작으로 잘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왕좌의 게임, 시즌 8’ ‘엑스맨: 다크 피닉스’ ‘저스티스 리그’ ‘아쿠아맨’ 등에서 크리쳐, 캐릭터 작업으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스캔라인이 업계를 리드하는 회사로 자리잡게 된 것은 자체 개발한 유체 이펙트 소프트웨어인 플로우라인을 개발하면서부터다. 이 소프트웨어로 2008년에는 아카데미 과학기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스캔라인의 가장 최근 작품으로는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조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에미상 수상작인 ‘왕좌의 게임, 최종 시즌,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미드웨이>가 있습니다. 앞으로 개봉할 작품에는 <블랙 위도우>, <이터널스>, <샹치 앤 더 레전드 오브 더 텐 링스>, <더 배트맨>, <고질라 vs 콩> 등이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