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앞 인도 한 켠에 하얀 천막용 천이 깔렸다. 그 위에는 천을 여러 겹 접어 만든 작은 임시제단과 양옆의 흰 국화 화분 두개, 플리스틱 컵에 꽂은 향초가 세워졌다. ‘근조 대한민국 소상공인·자영업자’라는 문구가 적힌 액자는 영정 대신 놓였다.
코로나19로 극심한 영업난과 생활고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자영업자를 추모하기 위해 마련된 분향소다. 길바닥에 차려진 초라하기 짝이 없는 이 임시분향소는 전날 ‘코로나19 대응 전국 자영업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경찰과 8시간가량 대치 끝에서야 겨우 마련됐다.
밤 9시 반이 넘어서야 겨우 마련된 분향소였지만 자영업자와 시민들의 발걸음은 시작부터 이어졌다. 직접 조문하지 못하는 이들이 배달 앱을 통해 추모의 뜻을 담아 보낸 치킨과 짜장면 등 배달 음식도 쌓였다.
17일 오전부터는 대권 주자를 비롯해 여야의원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방명록에서 “마음 저리고 가슴 아픈 사연을 남기고 떠나가신 소상공인 여러분께 삼가 조의를 표한다”면서 “깊은 책임을 통감한다”고 썼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자영업자들의 희생이 더는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좀 더 제대로 된 분향소를 설치할 수 있도록 영등포구청에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정의당 여영국 대표 등도 분향소를 찾았다. 국민의힘 대권주자 유승민 전 의원,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의 조문도 이어졌다.
이날 분향소에는 정치인들 외에도 자영업자를 비롯한 500명 가까운 추모객이 찾았다. 비대위 측은 18일 오후 11시까지 분향소를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