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경선레이스 4강 가를 방송토론…주자들 필승전략은

입력 2021-09-21 07:00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 8명이 지난 16일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1차 방송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대선 레이스 4강으로 가는 길목에서 방송토론회가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8일 2차 예비경선(컷오프) 발표까지 2주 남짓 기간에 5차례의 방송 격돌이 더 남아있다.

1차 컷오프를 통과한 8명의 대권 주자들은 국민에게 생중계되는 방송토론회에서 저마다의 강점을 호소하고, 경쟁 후보의 공세를 방어하기 위한 ‘필승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 관계자는 20일 “윤석열이라는 원석이 지닌 매력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것이 토론회 대비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부 경선인 만큼 상대 후보를 세게 때리기보다는 국민께서 궁금해하는 윤 후보만의 정책과 비전을 밝히는 데 초점을 두려 한다”고 했다. “이기는 말보다, 이익이 되는 말을 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국회사진기자단

이는 ‘정치 신인’인 윤 전 총장 입장에서 택할 수 있는 현실적 전략이기도 하다. 오랜 정치 경력과 방송토론 경험이 있는 경쟁 후보들과 말로 공방을 벌이는 것은 윤 전 총장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6일 1차 TV토론회에서도 홍준표 의원이나 유승민 전 의원의 공세에 되도록 짧게 답변을 하고, 본인 질의 순서 때는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이 아닌 다른 후보에게 정책 분야 질문을 던지며 정면충돌을 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캠프 다른 관계자는 “1차 토론회 때 보여준 윤 후보 현장 판단력이나 완급 조절 능력은 생각 이상이었다”며 “앞으로도 기존 여의도 문법과는 다른 윤 후보의 어법으로 정권교체 실현 의지와 미래 비전을 보여드리려 한다. 나름의 ‘무기’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홍 의원 측은 남은 방송토론회 역시 후보의 ‘개인기’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홍 의원의 경륜과 달변으로 토론회 분위기를 주도해 나갈 것이라는 자신감도 흐른다. 홍 의원은 1차 TV토론회 당시 상대방에 대한 특유의 신랄한 공격을 자제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홍준표가 변했다”는 이미지를 보여주려 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홍 의원 캠프 관계자도 첫 토론회를 ‘몸풀기’라고 평가하면서 “지금까지는 주로 공격수 역할을 했는데 이제 대선 재수생인 만큼 포용적 전략을 취했다”고 설명했다.

홍 의원 측은 2차 토론회부터는 점차 ‘매운맛’ 단계를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1차 컷오프에서 1~2위를 다툰 것으로 알려진 윤 전 총장을 타깃으로 공격 수위를 높일 공산이 크다.

유승진 전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유 전 의원 측은 현재의 방송토론회 방식에 아쉬움을 표했다. 후보당 배정된 토론 시간이 짧고 제한적이어서, 유 전 후보가 가진 정책적 역량이나 안목을 충분히 발휘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캠프 관계자는 “현재 같은 진행으로는 후보들의 장단점을 국민들이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TV토론 방식의 포맷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 측은 앞으로의 토론회에서 ‘준비된 대통령’ ‘이기는 후보’ ‘강한 후보’의 이미지와 메시지를 부각시켜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캠프 관계자는 “유 전 의원의 강점인 정책 분야 전문성과 오랜 정치 경력을 계속 보여드리려 한다”며 “각 분야 공약을 보다 쉽고 편하게 전달하기 위한 방안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국회사진기자단

최근 선거캠프를 해체하고 ‘나홀로 도전’에 나선 최재형 전 감사원장 측은 후보 고유의 색깔을 온전히 보여주겠다는 기조를 세웠다. 캠프 관계자는 “최 후보 자체가 ‘싸움꾼’으로 가기는 불가능한 스타일 아닌가”라며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국민에게 어떻게 호소할 것인가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캠프는 최 전 원장이 방송토론회 데뷔전에서 기대 이상의 토론 능력을 보여줬다고 자평한다. 여러 정책 분야에 대한 습득력도 빨라서 토론회가 거듭될수록 진가를 발휘할 것이라는 게 캠프 설명이다.

캠프 관계자는 “상대 후보를 공격하기보다는 현 정권이 국민에게 가하는 고통과 그 대안에 대해 얘기할 것”이라며 “최 후보가 정치에 입문했을 때의 초심을 잊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 국회사진기자단

원희룡 전 제주지사 측 역시 네거티브 공세에 집중하기보다는 정책 중심의 토론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캠프 관계자는 “상대 후보에 대한 공격 대신 공약과 정책 비전을 철저히 검증하면서 원 전 지사의 공약·정책을 어필하려 한다”며 “다른 후보에 비해 정책 공약 발굴에 집중해왔기 때문에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 전 지사 측은 후보가 최근 수년간 중앙정치와 멀리있었던 탓에 현 인지도는 낮지만, 방송토론회가 거듭될수록 원 전 지사만의 강점이 부각되고 인지도 역시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달 23·26·28일, 다음 달 1·5일 등 총 5번의 방송토론회를 더 치른 뒤 8일 2차 컷오프를 통해 주자를 4명으로 줄일 예정이다.

손재호 강보현 기자 sya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