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에서 생활 중인 붉은허벅지말똥가리새 ‘금지’가 의족을 딛고 다시 우뚝 섰다.
2008년 스페인에서 태어나 2009년 서울대공원에 온 ‘금지’는 2013년 불의의 사고로 발가락이 절단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친 다리가 동상에 걸리고 말았다. ‘붉은허벅지말똥가리’는 두 다리로 서기 때문에 발목 아래가 기능을 못 하게 되면 균형을 잡고 서기 힘들다. 발로 먹이를 잡아먹는 특성이 있어 제대로 식사를 하는 데도 어려움이 따랐다. 하나의 다리로 체중을 견뎌내다 보니 정상이었던 다리에도 염증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서울대공원 수의사·사육사팀은 금지의 회복을 위해 여러 방안을 모색했다. 수의사들은 금지를 위한 반영구적 의족을 제작에 힘 쏟았고, 사육사들은 온욕치료를 반복하며 다리 위로 진행되던 동상의 진행을 멈췄다.
이후 금지는 다리뼈에 나사를 박고 난 뒤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의족을 달았다. 의족을 구성하는 플라스틱이 딱딱했지만 금지는 나무에도 별 탈 없이 올라가는 등 빠르게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금지는 의족을 차고 역경을 딛고 일어서 다시 우뚝 섰다.
붉은허벅지말똥가리의 기록된 최장 수명은 15년이다. 금지는 벌써 12살인 만큼 자칫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었지만, 서울대공원팀의 노력으로 다시 건강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었다. 금지는 12년 된 짝꿍 ‘옥엽’이와도 다시 함께 생활하는 기쁨을 맛보고 있다.
서울대공원은 지난 17일 공식 유튜브채널과 SNS에 이 같은 ‘금지’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담아 공유했다. 공원 측은 “불굴의 의지로 역경을 딛고 두 발로 선 ‘금지’의 이야기를 통해 많은 분들이 힘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다리 부위에 붉은 색 털이 있어 ‘붉은허벅지말똥가리’로 불리는 이 새는 ‘해리스 매’라고 불리기도 하는 중형 맹금류다. 미국 남서부 지역이나 아르헨티나 지중해성 온대기후에서 서식한다.
한제경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