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논란을 둘러싼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전담 태스크포스(TF)까지 꾸린 국민의힘은 사업에 참여해 막대한 차익을 남긴 화천대유와 이재명 경기지사와의 관계를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수사 공개의뢰 카드를 꺼내며 ‘역공 모드’로 전환한 이 지사 측은 “곽상도 의원에게 물어보라”며 맞받아치는 양상이 팽팽하게 전개되고 있다. 거물급 법조인들의 이름도 속속 등장하며 공방이 벌어지는 전선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 후보인 이 지사는 17일 페이스북에 “(화천대유 소유자가 누구인지) 저도 궁금하다”며 “아마 화천대유 ‘1호 사원’이라는, 7년이나 근무했다는 곽 의원님 자제분에게 먼저 물어보면 되겠다”고 적었다. 화천대유와 이 지사와의 관계를 의심하는 국민의힘이 ‘화천대유는 누구의 것이냐’는 슬로건으로 공격을 시도하자 곽 의원의 아들이 화천대유에 근무했던 사실을 거론하며 받아친 것이다.
화천대유는 2014년 이 지사가 성남시장 재직시절 추진된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한 자산관리업체다. 전직 기자인 A씨가 실소유주로, A씨와 A씨가 모집한 6명의 투자자들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배당으로만 4000억원이 넘는 이익을 얻었다.
사업을 통한 막대한 이익이 민간투자자에게 흘러간 점이 드러나면서 국민의힘은 전날 TF까지 꾸리고 이 지사에 제기된 의혹을 검증하겠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 TF 위원인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도 MBC라디오에서 “(화천대유 자회사인) 천화동인 1~7호를 보면 이 지사와 가까운 분들의 이름이 나온다”고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다만 ‘가까운 분’이라는 인물이 이 지사와 어떤 관계인지 묻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그러나 이런 야당의 공세에 이 지사는 거리낄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 지사는 전날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자 수사를 공개의뢰하며 태세를 전환했다. 수사를 통해 제기된 의혹의 사실관계를 따져보자는 것이다. 이 지사 측은 화천대유를 포함한 민간투자자들의 이익배분에는 아무런 관여도 하지 않았고, 사업수익 중 5503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공원조성 등 성남시 공공이익으로 우선적으로 환수한 ‘모범행정사례’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화천대유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거물급 법조·정치인들의 이름도 나오기 시작하면서 전선은 더욱 넓어지는 중이다. 권순일 전 대법관이 퇴임 후 화천대유 고문을 맡은 점이 대표적이다. 권 전 대법관은 이 지사의 선거법 위반 사건 대법원 판결에서 무죄취지 의견을 냈었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권 전 대법관의 화천대유 고문직은 이 지사 무죄판결에 대한 ‘보은’이라는 의심을 낳기에 충분하고, 이 연결고리에 이 지사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추가의혹을 제기했다.
이 지사 측은 이런 의혹제기에 황당해 하고 있다. 이재명캠프 남영희 대변인은 “지금까지 언론보도를 통해 밝혀진 화천대유 고문 및 직원은 곽 의원 아들과 박영수 특검, 박영수 특검의 딸, 권 전 대법관”이라며 “화천대유는 누구 것이냐는 질문을 이 지사에게 물어봐야 맞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곽 의원과 전관 법조인들에게 사태의 진실을 물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캠프 관계자는 “이 지사와 실낱같은 관계라도 있으면 제대로 된 근거도 없이 무분별하게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제기된 허위사실에 대해서는 법적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